바이오 뛰어든 삼성..속도낸다

입력 : 2014-03-26 오후 5:46:18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삼성전자의 바이오사업에 힘이 붙었다. 삼성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지목한 바이오사업에 주저 없이 통 큰 베팅을 감행하며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신약보다는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절반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삼성은 2016년까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으로 바이오신약 개발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현재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바이오사업을 진척시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배양공정 내부.(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바이오제약 통합서비스기업 퀸타일즈와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법인(CMO)으로 각각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사업에 필요한 생산시설을 갖춰 사업화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송도 바이오의약품 R&D센터에서 현재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6종에 대한 개발과 함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SB4), 레미케이드(SB2)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한국 포함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에 있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SB3’의 임상3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 제품은 로슈의 유방암치료제 ‘허셉틴’과 같은 성분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삼성이 제약 산업이 처음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글로벌 론칭에 대비해 머크, 바이오젠 아이덱과 글로벌 마케팅 협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월에는 머크와 당뇨치료제 공동 개발·상품화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머크와의 협업이 눈길을 끈다. 앞서 삼성은 머크의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블록딜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하다 좌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바이오제약사와 잇따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협약을 맺으면서 바이오사업의 기반을 확고히 다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과 10월에는 BMS·로슈와 각각 바이오의약품 장기(10년)공급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로슈는 항암제 ‘허셉틴’, ‘맙테라’, ‘아바스틴’ 등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목표로 내세운 2016년 위탁생산 점유율 30%를 달성해 세계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분야 3위를 차지하는 데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플랜 #1 외관.(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바이오플랜트 두 곳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 및 운영을 할 예정으로, 제1공장은 3만ℓ, 제2공장은 15만ℓ로 국내 설비 최대 규모다. 제2공장의 경우는 2013년 9월에 착공해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같은 속도라면 삼성은 2016년부터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본격적인 바이오제품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그룹 차원의 통 큰 투자도 단행됐다.
 
삼성에버랜드는 2014년부터 내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3010억원을 출자한다. 삼성전자도 삼성에버랜드와 동일한 금액인 3010억원을 출자키로 결정했다.
 
총 602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게 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중 3041억원은 인천 송도 제2공장 건설에, 나머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출자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제약에 2조1000억원대의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사업계획이 현실화되면서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의 사업에도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이처럼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삼성을 놓고 국내 제약업계의 분위기는 다소 엇갈렸다.
 
업계 일각에서는 “굴지의 삼성이 신약 개발보다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에 치중하고 있다. 투자 대비 효율도 고려해야겠지만 돈에 치중하는 것으로 비춰져 썩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부정적 시선을 내비쳤다.
 
그러나 업계 다수는 삼성이 침체된 국내 제약업계를 일으키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머크 등 검증된 바이오시밀러 생산 업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가능성을 본 다음 좀 더 넓은 세계 신약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R&D와 생산을 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로직스가 맡고, 마케팅은 머크, 바이오젠 아이덱 등에서 하는 것은 삼성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괜찮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경계해야 될 부분은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이 생산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와의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들은 생산·설비 부분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가격을 다운시킬 수 있다. 삼성 바이오시밀러의 경제성과 임상 이후 해외 론칭에 있어 마케팅 파트너가 누가 되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바이오의약품은 원가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마진이 크다”며 “가격 마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해외 빅파마들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고, 삼성도 그러한 목표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투자 대비 효율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마케팅 협력사로 확정된 머크와 바이오젠 아이덱은 미국과 유럽을 커버하고 있는 바이오제약사”라며 해외 마케팅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러면서 “R&D나 바이오의약품 개발계획과 관련한 사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사업계획안 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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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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