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지속 가능한가..엔화 약세 베팅 '주춤'

아베노믹스 기대감 낮아져..대외 악재로 안전자산 선호 강화
엔저 베팅 선물 거래 작년말 이후 53% 급감

입력 : 2014-03-27 오후 2:14:15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 베팅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를 살리려는 일본 정부 노력에 힘이 빠지자 투자자들도 엔화 베팅에서 점차 손을 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8% 가량 급락했던 엔화 가치는 전일 달러 대비 102.05엔을 기록해 5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지난 1월2일 이후 3% 넘게 뛴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작년 말 이후 일본 엔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는 선물 거래 규모도 53%나 급감했다.
 
◇달러·엔 환율 차트(자료=야후파이낸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올해 추가 부양책에 나서지 않아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엔저 기조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신흥국 경제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기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카다 마사후미 BNP파리바 외환 트레이더는 "올해 초 만해도 달러·엔 환율이 최소 110엔까지 급등(엔화가치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환율이 103~105엔 수준일 때 엔화를 사고(달러 매입) 102엔대 밑에서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 환율은 올해 말 높은 수준을 보이겠지만 상승세가 투자자들의 생각만큼 가파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OJ는 일본 경제의 오랜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년 4월부터 전례 없는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20일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빠른 시일 내에 2%인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추가 통화완화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앞서 기우치 다카히데 BOJ 금융정책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을 위해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추가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부작용은 긍정적인 효과를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BOJ 추가 양적완화 시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엔화 향방에 대한 경계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루카 아벨리니 JCI캐피털 외환 부문 파트너는 "엔화 거래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엔화 베팅에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여전히 엔화 가치의 추가 급락을 점치는 투자자들도 다수 포착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 및 기준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금리 인상 시기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양적완화가 종료된 이후 약 6개월 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럿 데이비스  SMILe글로벌매니지먼트 외환 부문 대표는 "엔화 약세에 베팅할 만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BOJ가 돈을 풀고 있는 한 엔화 약세는 불가피하며, 향후 몇 년간 엔화 약세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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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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