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호텔' 숙원사업 물꼬 튼 대한항공..앞날은 험할 것

시민단체 "공공적 가치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대한항공 "법 개정 과정 지켜볼 것, 아직 아무런 움직임 없어"

입력 : 2014-04-02 오후 5:20:09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박근혜 정부가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규제개혁 의지를 내비치자 대한항공(003490)의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 가능성이 한 층 높아졌다. 
 
하지만 최종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규제 빗장이 풀린다 해도 서울시와 종로구, 시민단체 등의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 예정 부지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 전경. 부지 왼편으로 경복궁이 보인다.ⓒNews1
 
◇정부, 규제개혁 드라이브..대한항공 숙원사업 물꼬?
 
정부는 지난달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관광호텔 설립지원을 위해 학교정화위원회 훈령을 이달 안으로 제정해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오랜 숙원사업이 조속히 해결되길 원했던 대한항공은 한 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대한항공은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인 송현동 일대 3만7000여㎡를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해 지속적으로 7성급 호텔 신축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학교반경 200m 이내에는 관광호텔을 신·증축할 수 없다는 현행법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송현동 호텔 건립 예정지는 풍문여고, 덕성여중·고와 인접해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 3월 종로구에 특급호텔을 포함해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등을 망라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신청했으나 중부교육청은 근처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불허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종로구청장 면담 후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2년여의 소송 끝에 결국 패소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규제개혁 의지를 내비친 점은 고무적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앞으로의 법 개정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 확산..사업 착수 난항 예상
 
정부의 의지대로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있는 훈련이 마련된다고 해도 최종적인 사업 착수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최종 건축 인·허가권을 지닌 서울시는 물론 풍문여고와 덕성여고 학부모, 여기에 시민단체까지 나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시는 '공익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지역의 주변 환경을 고려해 사적 이익이 아닌 시민 정서에 부합하는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학교 4곳이 몰려있고 경복궁과 한옥마을 북촌 등이 주변에 있어 호텔이 짓는 것은 시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학교 주변에 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된다면 가장 수혜를 입는 기업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될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며 "경복궁과 북촌으로 연결되는 서울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임과 동시에 인근 학교로 인해 공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돼야 하고, 호텔 같은 숙박시설이 들어와서는 절대 안 될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는 천문학적 역사·문화 가치와 학습환경 파괴하는 일방적인 호텔건립 추진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상부지를 특정재벌의 이익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국민정서와 지역맥락에 적합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자리 창출 및 문화사업 등을 위해 호텔건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나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서나 복합문화단지로서의 기능을 갖춘 호텔 건립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호텔건립을 위해 시나 정치권 모두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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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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