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중국 광저우의 마르첼로 리피(66·이탈리아) 감독이 이번에도 화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십거리'를 자처하며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를 뜨겁게 데우고 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국내 언론과 팬들에게 적절한 얘깃거리를 던졌다. 전북만 오면 딱딱 맞춰 생기는 '감기몸살'과 '피곤함'은 K리그 팬들을 단단히 뭉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2일 저녁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광저우의 2014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G조 예선에서 전북 선수들이 후반 31분 레오나르도의 1-0 결승골 이후 환호하고 있다. ⓒNews1
리피 감독은 2년 연속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지난 2일 전북과 경기를 하루 앞두고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자취를 감췄다. 오후 2시30분에 예정된 기자회견을 10분여 남기고 "피곤하다"는 당당한 이유를 통보해왔다.
지난해 3월과 같다. 리피 감독은 당시 전북과 경기를 앞두고도 공식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는 '감기몸살'이 이유였다. 백번 양보해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전북과 리피 감독은 정말 궁합이 안 맞는다.
좀 더 확대해 보면 지난해 10월25일 FC서울과 ACL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이 떠오른다. 감사하게도 그날은 리피 감독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잔뜩 찌푸리고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기자들의 질문에 앞서 "광저우 팀은 서울에서 연습할 운동장이 없었다. 환경이 너무 안 좋았다"며 "그래서 어제 호텔 홀에서 30분 동안 연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조명, 훈련시간, 운동장 등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들었는데 우리는 불공평한 환경을 받았다"면서 "30년 동안 일을 하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 모든 경기를 통틀어 5번째 결승전에 올라오는데 이렇게 연습할 수 있는 경기장이 없던 것은 처음"이라고 다소 강한 발언을 늘어놨다.
순간 15명 내외의 중국 기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취재환경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어로 먼저 통역되고 한국어 통역이 진행됐기 때문에 한국 취재진들은 일순간 어리둥절했다.
실상은 이미 FC서울이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조율을 마치고 광저우 측에 운동장 사용시간을 통보했다고 알린 뒤였다. 리피 감독은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했다. 그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다시 한 번 국내 취재진에게 몸소 기삿거리를 던져줬다.
지난해 10월25일 예상외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저우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 (사진제공=FC서울)
리피 감독이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는 해석에 가장 무게가 실린다. '축구 대륙' 유럽에 속한 이탈리아인의 시각에서 '축구변방' 아시아의 한국이 우스울 수 있다. 그가 쌓아온 경력만큼은 어쨌든 수준급이다.
리피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맡아 우승을 경험했다. 5차례 이탈리아 리그 우승과 1996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봤다.
2012년 5월 광저우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리그 우승을 챙겼다. 지난해에는 중국에 사상 첫 ACL 우승을 안겼다. 그의 연봉은 약 160억 원으로 알려졌다. 승리 수당까지 더하면 이 액수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실상이 이러니 ACL 기자회견 불참 때 내야 하는 벌금 1000달러(약 106만원)는 손자 용돈보다 가볍다.
전북은 2일 2014 ACL G조 예선 광저우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후반 31분 레오나르도가 이재성의 긴 침투패스를 그대로 오른발로 받아 넣었다. 후반 21분 '전북의 핵'으로 떠오른 정혁이 퇴장 당했음에도 전북은 승리를 챙겼다.
또 이 득점은 심판 판정 자체가 개입할 수 없는 완벽한 장면이었다. 전북은 지난 3차전 광저우와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고도 어이없는 오심 때문에 1-3으로 패한 바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리피 감독은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 같은 그의 행동은 광저우 선수들의 기를 살리려는 '여론몰이' 일수도 있다. 하지만 '가십거리'에 불과한 행동이다. 오히려 전북 선수들과 국내 축구팬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