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평사원으로 시작해 30년 만에 그룹 회장에 오르며 샐러리맨들의 신화적인 존재로 군림하던 강덕수 전 STX회장이 횡령·비리 혐의로 검찰에 전격 소환됐다.
강 전 회장은 4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와 "횡령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분께 죄송하다. 성실히 검찰조사 받겠다"고 답했다.
강 전 회장은 STX중공업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 어음을 사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재직 시 STX중공업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회사에 손실을 입힐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했는지, 이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는지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STX본사와 주요 계열사 및 강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강 전 회장은 지난 2001년 STX그룹 출범 이후 10년 만에 매출을 100배 늘리는 등 단 시간 내에 그룹의 몸집을 불리며 '인수합병의 귀재'로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 여파에 주력이었던 조선·해운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STX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 또는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면서 현재는 그룹도 산산조각, 해체된 상태다.
그룹 지주사였던 STX는 전문상사로 다시 태어났고, 팬오션은 STX 간판을 떼고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저가수주로 인한 추가부실로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했고,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주요 계열사 중 알짜로 꼽혔던 STX에너지만이 현재 GS이앤알로 사명을 바꾸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채권단은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몰려 있는 경남 진해와 창원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추가 부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이번에 강 전 회장의 비리 혐의까지 불거지면서 샐러리맨 신화는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
강 전 회장은 은행에 채무를 갚기 위해 지난 1월 서울 서초동 자택까지 매물로 내놔야만 했다. 가히 수모다.
강 전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그룹 지배구조 옥상옥에 위치한 포스텍 자금지원을 위해 STX 주식 635만주를 담보로 우리은행에서 3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후 STX그룹의 부실로 STX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반대매매를 통해 강 회장 주식 전량을 매각해 21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우리은행이 빌려간 300억원 중 남은 90억원의 상환을 요구하자 강 회장은 자택까지 매물로 내놨다.
한때 재계 서열 12위 대그룹의 수장이었던 강 전 회장은 그간 공들여 키운 기업은 물론 이번 검찰 조사로 명예까지 실추됐다. 영예 끝의 치욕이다.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했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