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2승2패로 팽팽하다.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 먼저 4승을 챙겨야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다. 선수단과 구단 모두는 1년 내내 이 순간을 위해 달려왔다.
LG는 1997년 이후 17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모비스는 2년 연속 정상과 프로농구 역사상 최다인 5번째 우승에 힘쓰고 있다. 두 팀 모두 명분이 충분하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면 그 아쉬움은 밖에서 보는 것 이상일 것이다.
◇지난 6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만원관중 모습. (사진제공=KBL)
이렇게 팽팽한 승부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만 선수들은 남아있는 체력을 짜내고 있다. 두 감독 모두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선수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익히 알려졌듯 한국 프로농구는 미 프로농구(NBA) 못지않게 일정이 빠듯하다. 시즌 54경기는 국내 농구 전체 선수층을 생각했을 때 벅차다는 지적도 이따금 나온다.
이 가운데 LG의 김종규(22)가 가장 걱정된다. 207cm의 그는 한국 농구 골밑을 이끌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그만큼 관리가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경희대 동기인 김민구(KCC)와 두경민(동부)은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 일찍 시즌을 마쳤다. 이는 그들에게 꿀맛 같은 휴식일 수 있다. 어차피 프로선수로서 앞으로의 인생은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종규는 지금까지도 코트를 누비며 팀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뛰고 있다.
김종규의 지난해 모습을 정리하면 더욱 숨이 찬다.
그는 지난해 2월 MBC배 대학농구를 시작으로 6월까지 대학농구리그를 소화했다. 5월에는 인천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나갔다. 7월에는 대만에서 개최된 윌리엄존스컵이 그를 기다렸다.
8월에는 필리핀으로 날아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골밑을 지켰다. 돌아오자마자 같은 달에 곧장 프로아마최강전을 뛰었다. 9월에는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에 나서 고려대대와 끝까지 우승을 다퉜다. 10월에는 프로 무대 데뷔를 앞두고 전국체전에 경기도(경희대) 대표로 참가했다.
그 사이 대학농구 플레이오프와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김종규는 발목이 좋지 않았다. 특히 현장에서 지켜본 대학농구 결승전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그는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몸 풀 때는 덩크슛을 자제했다. 그럼에도 경기에는 꼭꼭 나와 경희대 골밑을 지켰다.
올 시즌 초 LG에 쏠린 관심 중 하나는 김종규의 몸 상태였다. 시즌 초반 김진 감독에게 김종규의 몸 상태를 묻자 "구단 관계자가 붙어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1라운드 중후반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때 김종규는 전국체전에 나가 LG에 합류하기 전이었다. LG는 김종규의 숨 가쁜 일정을 인정했고 그에 대비하고 있었다.
◇지난 6일 울산 모비스와 경기 도중 코트에 넘어진 LG 김종규. (사진제공=KBL)
하지만 생각보다 김종규는 일찍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해 11월1일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데뷔전을 갖고 지금까지 뛰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만 따지면 46경기에 출장했다. 평균 출장시간을 살펴보면 29분43초로 기록됐다.
매 경기 40분 중 10분을 제외한 30분을 뛴 셈이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부산 KT와 4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다시 지난 6일까지 빡빡한 일정을 치르고 있다.
게다가 김종규는 골밑에서 외국인선수와 맞붙는 센터다. 대학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상대 선수들의 강한 힘이 경기마다 그를 짓누르고 있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도중 삼성에서 물러난 김동광 전 감독은 "아무래도 가드 선수들이 골밑에 있는 선수들보다 프로에 더 빠르게 적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기술적인 차이도 있지만 힘의 차이가 더 크다는 걸 우회적으로 설명한 말이다.
물론 우승은 때가 있다. LG에 이번 시즌은 중요하다. 역대 최고수준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데이본 제퍼슨을 영입했다. 프로농구 최고 연봉(6억8000만원)을 안기며 슈터 문태종도 데려왔다.
프로농구 최고의 지략가로 꼽히는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지난 시즌 신인 김시래를 내주고 로드 벤슨을 데려오며 "우승은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따르면 LG엔 창단 이후 이번이 정규리그 우승과 플레이오프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는 때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도 중요한 경기는 남아있다. 김종규는 당장 오는 8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에 빠질 수 없는 선수다. 9월에는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가 병역 혜택과 금메달까지 노려야 한다.
바쁜 일정은 오세근(KGC인삼공사)의 모습과도 묘하게 겹친다.
중앙대 52연승의 주축인 오세근은 대학 때부터 대표팀과 대학 무대를 오갔다. 일부에서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지만 이내 묻혔다.
실제 오세근의 KGC인삼공사는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다수 전문가가 동부의 우세를 점쳤지만 이를 신인의 패기로 꺾었다. 우승과 함께 그는 신인왕까지 차지하며 김주성 이후의 '오세근 시대'를 알렸다.
◇지난 2011~2012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당시 김주성과 오세근(오른쪽)의 모습. (사진제공=KBL)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즌 이후 아킬레스건, 족저근막염, 발목 부상이 연이어 터지며 2012~2013 시즌을 전부 재활로 보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중반 그는 복귀했지만 여전히 몸 상태에는 의문부호가 따랐다. 신인 시절 강렬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현재 오세근은 상무 입대를 준비 중이다. 다시 건강한 오세근을 프로무대에서 보려면 2년 가까이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이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김종규가 더 걱정된다. 부상이란 게 순간적으로 다쳐서 오는 것도 있지만 피로가 쌓여서 오는 것도 있다.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최소 2경기가 남았다. 여차하면 7차전까지 가 3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김종규의 벅찬 일정이 더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