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지난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위기에 직면한
KT(030200)가 근속연수 15년 이상 된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을 단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노동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8일 KT노동조합과 KT새노조는 각각 성명서를 내고 이번 대규모 명예퇴직에 대해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KT새노조는 '이석채 비리 경영은 청산 못하고 직원들에게 비리 경영의 모든 부담을 떠 넘기는 명예퇴직 노사합의'라며 규탄한 반면, KT노동조합은 '동고동락해온 조합원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나 모두의 공멸 대신, 다같이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함'이라며 이번 조처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KT새노조, 대규모 명예퇴직 강력반대.."이석채 체제 청산부터"
KT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석채 퇴진 이후 '직원들의 1등 DNA를 불러 일으키겠다'던 황창규 회장의 혁신은 모든 고통과 부담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며 "이번 노사합의는 명예퇴직, 분사, 복지축소 등 모든 게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조처를 융단 폭격하듯 쏟아낸 것이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KT새노조는 경영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이석채 전 회장의 비리 경영에 있다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지난 5년동안 탈통신을 한다며 보유토지의 23%를 매각할 정도로 돈을 쏟아부었지만 겨국 그 과정은 비리 의혹으로 점철됐다"며 "KT 혁신은 '이석채 체제의 청산'이 핵심 과제인데 황창규 회장은 엉뚱하게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조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이어 "KT의 경쟁력 저하 원인은 경영진 비리와 장기전략 없이 일시적 비용절감에 의존한 경영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침체된 것"이라며 "구체적인 발전 전략은 취임 3개월이 되도록 발표조차 없으면서 일시적인 인건비 절감을 위한 명예퇴직을 선택했냐"며 반발했다.
대표적인 복지축소 전략인 '대학생 자녀 학자금폐지'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전산개발 실패에 따른 손실 2700억원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었다"며 "대규모 명예퇴직, 복지축소 등 반노동적인 모든 것에 합의해준 행태에 대해 우리는 강력히 규탄하는 바"라고 말했다.
새노조는 "과거 전례로 비춰볼 때 또 다시 반인권적인 명퇴 강요가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KT 직원 중 누구라도 퇴직을 강요당한 사실이 있으면 즉시 KT새노조에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8일 KT새노조는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측의 특별 명예퇴직 단행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사진=KT새노조 홈페이지 캡쳐)
◇KT노조 "회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은 감수해야"
반면 KT노동조합은 회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며 이번 명예퇴직 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KT노조는 "지금 우리는 소중한 일터 KT가 모래탑처럼 무너지는 참담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며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는 미봉책만으로는 누구의 안위도 보장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회사가 없으면 조합도, 조합원도 있을 수 없고, 우리 삶의 터전도 송두리째 사라져 다같이 공멸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한 채 명예퇴직과 인사복지제도 개선 등 피나는 노력을 회사와 함께 시행하기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동고동락해온 조합원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나, 모두의 공멸 대신 다같이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어 "그동안 많은 분들이 영업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또 한번 명예퇴직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최대한 준비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의 금전적 보상과 재취업 100% 알선 등 좋은 퇴직 여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모두에게 어려운 결정이 되겠지만 우리의 많은 노력을 계기로 남은 조합원과 떠나는 조합원 모두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인사복지제도 개선 등이 개인적으로 유불리가 있음을 알고 있으나 다 같이 살아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들에 적극 동참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함께 나아가달라"고 당부했다.
◇KT노동조합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사측의 어쩔 수 없는 결단에 동의하며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사진=KT노조 홈페이지 캡쳐)
◇명퇴 대상 2만3000명..평균 지급액 1.7억원 예상
이날 KT는 노사 합의에 따라 근속연수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지난해 KT가 창사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평균 근속연수는 19.9년으로, 이번 명퇴 대상인 근속연수 15년 이상 임직원은 모두 2만3000여명에 이른다. 회사 전체 임직원이 3만3451명인 것을 감안하면 약 70%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대상에 포함된다.
KT는 직원들의 근속기간과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 및 가산금, 위로금 등을 지급할 계획이며, 이들 금액을 합하면 평균적으로 1인당 1억6000만~1억700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대규모 명퇴 외에도 내년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 도입, 대학 학자금 지원제도 폐지 등 일부 복지제도 개편 등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