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일색 캐피탈 업계, M&A `흥행vs.난항`..미궁속으로

입력 : 2014-04-10 오후 4:04:47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업계 2위인 아주캐피탈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캐피탈업계 순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대형 금융지주회사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가 점점 강해진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인수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알짜' 매물 아주캐피탈, 누구 손에?
 
아주캐피탈은 자산규모(5조1000억원) 기준으로 현대캐피탈에 이어 현재 2위를 수성하고 있다.
 
특히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아주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고 자동차 금융 등 할부금융 시장은 포화된 상태지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알짜' 매물로 손꼽힌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매각이후 조달금리 1%포인트(p)만 낮아져도 400억원 이상 순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신한지주(055550), KB금융(105560)지주회사 등이 적극적으로 아주캐피탈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한은행을 인수 가능성 뿐 아니라 적합성 측면에서 높게 점치고 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신한은행은 아주캐피탈의 지분 중 12.85%를 보유한 2대주주이고 아주캐피탈이 매각될 때 지분을 같이 팔 수 있는 옵션도 가지고 있다"며 "아주캐피탈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지분을 매각하기 보다는 추가매입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캐피탈과 아주캐피탈 사이의 장단점이 합병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한캐피탈은 관리자산 중 일반대출(58.6%), 리스(33.4%)가 대부분을 차지해 운전자금 대출과 부동상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특화돼 있고 아주캐피탈은 신차할부 등 자동차금융자산이 전체 자산의 80%로 할부금융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다른 전문가는 "아주캐피탈은 현재 1위인 현대캐피탈에 비해 기업 자체 수요에 의한 캡티브(Captive) 시장에서 밀렸지만 신한지주라는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일반대출에 강한 신한캐피탈의 장점이 결합되면 자산규모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군으로 거론되는 KB캐피탈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KB금융지주 계열로 편입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재차 인수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견해는 적은 편이다.
 
할부금융과 리스가 51.6%, 17.1% 에 달해 자산구조 또한 아주캐피탈과 비슷하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다른 금융지주 회사 중에는 캐피탈 부분이 약한 하나금융지주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업계 처럼 일본계 자본 등에 매각될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캐피탈업계에는 한국씨티금융지주, 일본의 오릭스그룹 등이 진출해 있다.
 
◇규제로 인한 영업악화..흥행 실패 가능성도
 
업계 2위의 건실한 매물이 시장에 나왔지만 인수전(戰)이 예상보다 치열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금융권 여타 업종에 비해 할부금융, 리스 등에 늘어만 가는 규제 때문에 인수에 따른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미 지난해 할부취급 수수료 폐지에 최근 카드·캐피탈 제휴 카드복합상품 폐지도 검토되는 상황이라 업계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산은캐피탈과 KT캐피탈도 향후 M&A시장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아주캐피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잠재적 매물은 많은 반면 '규제 덩어리'인 캐피탈 업체를 끌어 안으면서 시장의 포션(점유율)을 늘릴만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금융권 외부에서는 뜨거운 인수전이 될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흥행 판도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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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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