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칠곡 계모의 의붓딸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항소심에서 살인죄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에 떠밀린 주먹구구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이사건 항소심에서 계모 임모씨(36)에 대해 주위적으로 살인 혐의 등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했다.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와 현재로서는 공소장 변경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심에서 검찰은 상해치사 혐의 및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위반 혐의를 임씨에게 적용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법리검토를 허술하게 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공소장 변경을 예고한 것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살인죄를 입증할 정황이 있다면 당연히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면서도 "기소할 때까지는 살인의 고의가 없다가 갑자기 생긴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형사 사건을 많이 하고 있는 또 다른 변호사는 "검사가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으로 공소사실을 함께 주장하는 이유는 기각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며 "수사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살인 혐의를 입증할 수사 결과나 증거가 없는 상태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이라면, 상해치사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인의 정황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왜 상해치사죄를 왜 적용했는지도 의문이다.
살인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있다는 데 수사가 짜맞춰질 우려도 지적도 있다.
C변호사는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정당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있다"며 "살인죄로 정해놓고 수사를 하는 게 어딨느냐"고 말했다.
법원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재경법원의 D부장판사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20년을 선고해도, 살인죄는 무죄가 되는 상황"이라며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을 20년 선고해도 왜 사형을 시키지 않느냐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검찰은 살인죄를 적용하면서 면피가 될 것이고, 법원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무조건 항소하겠다고 밝힌 것과 공소장 변경을 예고한 것도 여론 무마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1심에서 구형대로 선고가 나지 않을 경우 공소장을 변경하는 경우는 통상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처럼 1심이 선고되기 전에 무조건 항소하겠다는 것과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예는 극히 드물다.
구형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일 경우 검찰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이 사건 1심 판결은 오는 11일 대구지법에서 선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