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알려진 핵심 피의자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4급)에 대한 사법처리 방안을 고심 중이다.
11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권 과장이 증거 조작에 관여한 정황들을 검찰이 충분히 확보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기소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권 과장이 증거 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명확하므로 불구속 기소하자는 의견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니 권 과장의 건강회복을 조건으로 ‘시한부 기소중지’를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맞서왔다.
수도권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A 부장검사는 “시한부 기소중지는 그 사람에 대한 조사나 진술이 꼭 필요할 때 취하는 조치”라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권 과장의 진술이 없더라도 다른 증거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지방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B 부장검사급 검사 역시 “권 과장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그 부분에 대한 기억만 사라진 상태라면 검찰 입장에서 기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앞서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기소 내용을 보면 검찰이 권 과장의 혐의에 대한 증거들이 확보한 것으로 보여 불구속 기소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내부에서 시한부 기소중지 처리 방침이 나오는 것이 여론의 반응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C 변호사는 “검찰이 시국사건을 처리할 때 조서를 보면,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해 질문만 있고 답은 없는 조서가 재판부에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의자 진술이 없어도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은 검찰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거들을 확보한 만큼 검찰이 권 과장을 기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법정에서 양형과 관련해 건강상태를 참작해달라고 권 과장 측이 말할 수는 있겠지만 기소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해 조심스럽게 시한부 기소중지와 관련된 말을 흘리는 것 같다”면서 “국정원 인사들을 기소하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겠지만 기소하지 않으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앞서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김모 과장(4급)과 함께 이번 사건과 관련된 내부 회의를 개최하거나 중국 주재 선양총영사관 이인철 영사 등에게 증거조작을 직접 지시한 인물로 지목됐다.
권 과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조사 방식 등에 불만을 갖고 친지의 차량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지만 자살 기도 당시 들이마신 연탄가스로 인해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해졌다.
수사팀은 최근 권 과장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권 과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직접 찾아갔으나 조사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조사를 실시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