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선진국증시, 밸류에이션 고평가 부담..신흥국 영향은?

미국·유럽·일본 증시 동반 하락..고평가 부담
신흥국 주식·채권 자금유입 회복..저평가 매력 부각

입력 : 2014-04-14 오후 2:59:24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의 나스닥 시장을 앞세운 선진국 증시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선진국 자금쏠림 현상으로 미국과 유럽증시가 두자릿수의 상승을 기록했으나 이제는 고평가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연말부터 대규모 자금유출이 이어졌던 신흥국 시장에는 다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선진국과는 반대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급등한 선진국 모멘텀株..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또다시 1% 넘는 낙폭을 기록하며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4000선이 무너졌다. 이번달 들어 나흘이나 1% 이상의 조정이 나왔다. 지난달 5일 기록했던 고점대비 하락폭은 8%를 넘어섰다.
 
S&P500지수도 0.95% 하락했다. 지난 2일 기록했던 고점대비 4% 떨어졌으며 50일 이동평균선도 이탈했다. 다우존스지수도 0.89% 내렸다.
 
이보다 앞서 마감한 유럽증시와 일본증시 역시 크게 하락했다. 유로존 12개국에 상장한 대형주를 대상으로 하는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지수는 1.15% 하락했고, 영국의 FTSE100 지수도 1.2% 내렸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도 2.4% 급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4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에서 시작된 바이오·기술주의 조정이 선진국 증시 전반에 대한 투매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 바이오테크 인덱스는 지난해초부터 올 2월 고점까지 두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현재는 고점대비 20% 이상 폭락했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텐센트 등 대표적 소셜미디어 기업을 포함하는 '글로벌 X 소셜미디어 인덱스'는 지난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60% 급등했으나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자료=스톡차트닷컴)
 
기술·바이오주 급락세는 유럽과 일본으로도 이어져 11일 유럽에서는 기술업종이 2.5% 이상 조정을 받았다. 독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가 2.4% 떨어졌고, 반도체 제조업체인 ASML홀딩이 3%대 급락시세를 나타냈다. 일본에서도 온라인 오픈마켓 라쿠텐이 2% 이상, 인터넷·통신 기업이 소프트뱅크가 4% 가까이 하락했다.
 
다비드 테보 글로벌에쿼티 계량판매거래 대표는 "일부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은 아주 높은 수준"이라며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기술주는 이른바 '모멘텀주'로 밸류에이션 대비 주가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S&P500지수의 바이오테크 인덱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9배 수준으로 평균치(26배)는 물론 17배인 S&P500지수의 PER을 웃돈다. 나스닥지수의 단순 PER도 35.13배로 과거 10년 평균 31.4배를 웃돈다. 다만 2000년 초반 IT버블 당시 100배를 넘었던 것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향후 12개월동안 S&P500지수의 PER은 15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5년간의 평균인 13.2배를 웃도는 것으로 고평가 우려감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테보는 "다만 최근의 조정이 하락장의 시작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기술주의 흐름을 주시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락 말했다.
 
◇신흥국 증시 PBR 1.5배..'저평가 매력' 부각
 
미국 기술주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신흥국 주가의 상대적인 매력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일주일동안 신흥국의 주식 및 채권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4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최근 1년 동안의 주간 자금유입량 중 최대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아이쉐어 모건스텐리캐피탈인터네셔널(MSCI)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에 16억달러를 추가하며 역대 최대 주문량를 새로 썼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아이쉐어 MSCI 신흥국 ETF'에 유입된 자금만 41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월부터 3월21일까지 빠져나간 금액인 9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스위스 픽텟자산운용 수석 스트래터지스트인 루카 파올리니는 "신흥국 증시와 통화의 밸류에이션은 경제 펀더먼털을 고려했을 때 이상할 정도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밸류에이션 매력은 증시 상승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와 남미 등에 투자하는 뱅가드 FTSE 신흥국 ETF는 올들어 계속 선진국 증시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10일 역전을 시작했다. 현재 해당 EFT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0.4%로 같은기간 1.8% 하락한 S&P500지수를 앞지른다. S&P캐피털IQ에 따르면 중국의 상해종합지수와 브라질의 IBRX는 최근 석달동안 각각 5.8%와 5.4% 상승했다.
 
현재 신흥국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 이하다. JP모건 자산운용은 과거 밸류에이션이 이같은 수준이었을 때 신흥국 증시에서는 12개월 연속 두자릿수 수익률이 나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7배가 넘는 S&P500지수의 PBR과 비교해도 밸류에이션 매력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자산운용사 M&G의 신흥국 담당 펀드매니저 매튜 바이트는 지금이 터키와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 적기라고 진단했다. 올들어 9% 이상 하락한 러시아 증시에 대해서도 "실적이 좋은 러시아 기업들은 현재 상당히 좋은 밸류에이션 매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HSB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성장 둔화 우려로 중국 주식이 금융위기 때보다도 저렴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며 "다만 이는 단기 반등이지 장기적인 강세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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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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