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앵커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위조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이 모 처장 등 국정원 직원 네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법조팀 최현진 기자 나왔습니다. 최 기자 우선 사법처리, 어느 선까지 됐습니까?
기자 : 검찰이 기소한 인물은 최종적으로 4명입니다. 간첩사건 피의자인 유우성씨 관련 문건들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과 국정원 파견직원인 주선양 대한민국총영사관 이인철 영사가 오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1일에는 같은 혐의로 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 김모 과장과 협조자 김모씨가 기소됐습니다. 얼마 전 자살을 기도하고 기억상실증 증상을 보이고 있는 국정원 권모 과장은 병원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됐습니다.
앵커 : 수사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이른바 국정원 ‘윗선’이 증거조작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 아니었나요?
기자 : 그렇습니다. 국정원은 조직구성원들이 사건 처리 과정과 결과 모두를 상세히 지휘라인에 보고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증거위조 여부를 남재준 국정원장이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었는데요.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수사결과는 용두사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은 "이 처장을 비롯한 국정원 수사팀 관련자들이 부국장 이상의 상급자에게 증거 입수 경위와 관련해 보고한 바가 없다고 진술했고, 실제 국정원 전문 및 전문 결재 관련 조사결과도 진술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조사결과 국정원 수사국장, 부국장 등이 증거 입수 경위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증거자료 수집 결과 이 처장 이상 상급자가 개입했음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 역시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수사와 공판을 맡았던 검사들이 증거조작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됐었죠?
기자 : 네. 검찰은 유우성씨에 대한 수사와 공판을 담당한 검사들 역시 무혐의 처리했는데요. 검찰은 국정원 수사팀 관련자들의 진술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들은 검사들이 위조에 가담하거나 국정원의 위조 사실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아울러 담당 검사들이 국정원 수사팀으로부터 받은 증거들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고 입수 경위를 검증하기 위해 중국 당국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발급사실 확인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오늘 감찰본부에 수사,공판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김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면목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잘못된 증거자료를 가지고 수사와 공판을 진행한 검사들에 대해 별다른 법적 조치 없이 넘어간 것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 논란이 되는 것이 또 있죠? 이번에 검찰이 적용한 법조항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기자 : 그렇습니다. 검찰은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및 사용죄를 적용했습니다. 이 법 조항은 수사·재판을 받는 사람 또는 징계 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사용할 때 적용됩니다. 법정형은 통상적인 증거위조죄의 두배인 징역 10년 이하입니다.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죄도 적용됐는데요.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이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가 적용됐어야 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국가보안법 12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며 간첩죄에 준하는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국보법 적용이 어려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유우성씨가 북한으로 출경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것이지, 유씨가 북한에 출경한 것 자체를 조작하기 위해 증거를 날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증거를 조작한 것이기 때문에 국보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국 검찰이 최종적으로 형이 무거운 국보법 대신 형법을 선택한 것은 ‘봐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앞으로 남은 수사는 있나요?
기자 :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된 수사는 모두 끝났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유씨와 관련된 사건들이 검찰에 남아있는 상태인데요. 한 북한관련 시민단체는 유씨가 제출한 증거 역시 위조됐다며 유씨와 변호인 등을 고발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로 재배당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현재 유우성씨와 그의 여동생인 유가려씨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위반, 위증 등 고발사건 역시 수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