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중윤기자]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61)과 국악인 임진택(64)씨 등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이정호 부장판사)는 17일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34명이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들에게 97억5000만원을 배상해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정원 과거사위원회가 민청학련 사건에 관해 조사결과를 발표한 2005년 12월7일에는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종료됐다"며 "그로부터 (3년의 시효기간 지나고) 3년이 더 지난 2012년 9월과 12월에 소가 제기됐다"며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사법경찰관 등은 피해자들의 체포 및 구속에 있어 유신헌법이 보장하고 있던 최소한의 적법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다"며 국가의 불법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이어 "구타 및 각종 고문, 밤샘 수사, 협박 등의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들로부터 반국가단체인 민청학련을 구성해 폭동을 모의했다는 허위 자백을 받았다"며 "국가가 기본권 보장의무를 저버린 채 피해자들의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한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우리 법은 권리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소멸시효 제도를 두고 있는데 시효기간이 경과하면 권리자는 더 이상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민청학련 사건은 지난 1974년 4월 대학생들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를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해오다 국가로부터 반국가단체로 몰려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180명이 구속기소된 공안사건이다.
당시 피해자들은 영장없이 체포됐고, 수사기관에서 원하는대로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수차례 구타를 당하고 잠을 못자게 하거나 고문을 할 것처럼 위협해 결국 거짓 자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석방될 때까지 변호인은 물론 가족과도 접견 및 면회를 할 수가 없었고 석방된 후에도 공안당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미행과 감시, 불법적인 가택수색 등을 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12월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민청학련 사건에 관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국가의 수사가 위법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정 고문 등 피해자들은 사건에 대한 소멸시효가 3년이나 더 지난 2012년 9월에서야 당시 사건으로 입은 재산상·정신적 피해에 대해 각 개인별로 3000만~4000만원의 금액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과 지난해에 당시 피해자들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1호와 4호가 위헌이었는지 여부에 대해 위헌·무효라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