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한일전 '열기'..현대차 '추격' 자신감

수소연료전지차 대량 양산, 핵심부품 국산화가 관건

입력 : 2014-04-18 오전 9:33:38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한일 양국이 차세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친환경차 분야에서 맞붙었다.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현재로서는 일본의 강세가 뚜렷하다. 토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해 전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86만대를 판매, 절반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누리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기아차를 선봉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글로벌 마켓쉐어 4%에 그치며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답답함의 연속 속에 희망은 있다는 긍정론도 제기됐다. 관건은 핵심부품의 국산화로 집약된다.
 
◇차기 친환경차, 전기차 낙점..현대차, 연구개발 확대로 '역습' 노려
 
현재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전기차가 낙점받은 상황.  
 
닛산은 '리프'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S도 북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조짐이며, 포드·벤츠·BMW 등 기존 강자들 역시 축적된 기술력으로 전기차 대량양산을 시작했다.
 
기아차(000270)도 최근 국내에서 쏘울 EV를 출시하고,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기아차에 따르면 1회 완충한 쏘울 EV의 공인주행거리는 148km로 국내기준을 적용한  BMW의 i3의 주행거리와(112km) 닛산 리프(135km), SM3 Z.E(123km) 등을 앞질렀다. 
 
현대차(005380)는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전기차로 이어지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기준 연간 8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7.6% 수준으로, 지난해 2.1%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점유율 확대 선언이다.
 
◇기아차가 이달 초 공식 출시한 쏘울 EV.(사진=기아차)
 
현대차는 팽창하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친환경 전략차종 중 일부만 선택해 집중 개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세 가지 모든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 전무는 지난 17일 "향후 친환경차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은 2025년 이후 정도면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향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세 분야에서의 공통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공통된 경쟁력 확보는 차세대 친환경 차종들의 핵심부품이 서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는 동력원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인버터(모터출력 조절을 위한 전류제어장치), 배터리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전무는 "각국마다 친환경차에 대한 정책과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향후 친환경차 시장에서 어떤 차종이 승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할 수 없다"며 "각각의 친환경차에 대한 경쟁력을 모두 확보하고,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2018년까지 풀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올해 말 신형 쏘나타의 2.0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뒤 내년까지 하이브리드카 출시 모델을 SUV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말에는 국내 최초로 양산되는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내놓고, 이미 알려진 대로 2016년에는 차세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이후 대중성을 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가 2020년 이전까지 대규모 양산 준비를 마치면 비로소 현대차가 추구하는 차세대 친환경차의 풀라인업이 완성된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의 대중화를 실현하겠다고 17일 밝혔다.(사진=이충희기자)
 
◇부품 국산화율 95%?..핵심부품 MEA는 수입산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 이사는 17일 "수소연료전지차는 국산 부품화율이 95%에 이른다"며 현대차의 기술력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음을 강조했다.
 
이어 "원가를 2020년까지 50% 이상 절감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면서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부품이 직접 양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의 최대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막전극접합체(MEA)를 아직까지 독자 개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MEA는 수소를 연료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발전원이다. 전극과 고분자전해질막 등을 거친 연료가 이곳에 전달되면서 전기가 생산되는 구조인데, 모터를 돌리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17일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택의 핵심 부품인 MEA는 수입되고 있다.(사진=이충희기자)
 
부품의 국산화율 95%라는 구호도 현대차 측에서 밝힌 내용일 뿐 객관적으로 검증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전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하게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갖췄다는 점에서 이 부문 선두주자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4월 초 유럽연합에서 공모한 'EU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사업'에 선정돼 유럽에 가장 많은 수소연료전지차를 보급하게 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한 토요타, 혼다, BMW 등이 보급하는 수소연료전지차 대수는 총 35대로, 현대차가 나홀로 공급하는 75대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를 향후 회사를 이끌어갈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친환경 그린카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 같은 혁신기술 개발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필요한 연구인력 확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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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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