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최근 ‘카카오게임’들이 ‘네이버 앱스토어’로 재출시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중소게임사들의 중요한 추가 수익원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또 구글의 압도적인 앱스토어 시장점유율에 맞선 ‘네이버·카카오’ 토종기업들의 합종책(合縱策, 약한 세력들의 연합전선전략)이 되어가는 점도 흥미를 끌고 있다.
◇네이버앱스토어..중소게임사들에게 ‘패자 부활전’
18일 네이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앱스토어에는 총 31종의 ‘카카오게임’이 출시돼 있으며, 이중 30종이 올해 출시됐을 정도로 최근 게임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31종의 게임 중에는 CJ E&M 넷마블의 몬스터길들이기·마구마구2014, NHN엔터테인먼트의 와라편의점과 포코팡 등 대형 게임사들의 유명타이틀을 비롯해, 젤리대시2(오르카), 명랑겨울캠프(pnixGames) 등 중소 개발사들의 우수 게임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카카오 게임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네이버 앱스토어에 출시됐을 경우의 수익 배분 구조(자료 = 뉴스토마토)
네이버 앱스토어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1200만을 넘어가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네이버의 다양한 개발사 지원정책과 구글 플레이스토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제2의 시장을 개척하려는 게임사들의 노력도 한 몫하고 있다.
네이버는 게임을 출시하는 게임사들에게 네이버 마일리지 지원, 전문가 컨설팅 등 초기 마케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모바일 메인페이지에 앱·게임 카테고리를 신설해 광고 효과도 제공하고 있다.
게임사들 입장에서도 네이버 앱스토어 입점은 또 한번의 기회가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보다 10% 포인트 낮아 수익성이 좋다.
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한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중소게임사들의 게임이 자주 노출되며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얻는 게임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마케팅 전문가는 “아직 네이버 앱스토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후에 선택하는 2차 시장일 뿐이지만, 갈수록 네이버 앱스토어 게임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부 중소게임사들의 작품은 네이버 앱스토어 매출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을 뛰어 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용자 입장에서도 카카오 계정으로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한번 게임을 재설치하는 과정만 거치면, 게임 정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없는 10%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 카카오..오월동주? 합종책?
네이버 앱스토어의 카카오게임 출시는 게임사의 자율적인 선택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간 공식적인 협업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사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우선 네이버 입장에서는 모바일 앱 생태계의 밑바탕이 되는 ‘앱스토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 내에서 네이버 앱스토어나 SK플래닛의 T스토어 등의 제3자 앱스토어의 등록을 거부하고 있어, 다른 사업자들이 자체 앱스토어를 설치하려면 사용자들에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불편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는데, ‘카카오게임’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네이버 앱스토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10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임은 이같은 과정을 이용자가 감수하게 해줄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로 꼽히고 있다(사진=IT업계)
반면 카카오 입장에서는 중소게임사와 상생해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요구를 네이버가 해결해주는 효과를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네이버 앱스토어 수수료율이 구글 플레이스토어보다 10%포인트 낮아 사실상 수수료 인하 효과를 내고 있고, 네이버가 카카오와 별도로 각종 개발사 지원혜택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카카오의 T스토어 인수설의 핵심은 카카오가 자체 앱스토어를 보유해 게임사들과 상생해야 한다는 논리였는데, 이를 네이버 앱스토어가 대신 해주는 모양새다.
반면, 카카오게임과 네이버 앱스토어의 상호보완 관계가, 오월동주(吳越同舟, 서로 미워하면서 공통의 이해에 따라 협력)와 같은 상황이라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는 앱스토어 분야에서는 구글과 경쟁 관계지만, 곧 선보일 ‘밴드 게임’에서는 카카오와 맞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카카오게임을 계속해서 지원해주면, 결과적으로 경쟁상대를 도와주는 셈이 된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앱스토어가 중소개발사와 다양한 상생활동을 진행하며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카카오게임의 출시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앱스토어 분야에서도 (구글과) 경쟁이 가능해지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도 “카카오는 iOS와 안드로이드 OS 동시 출시 정책은 있지만, 안드로이드 내에서 특정 앱스토어를 선택해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는 정책은 없다”며 “어떤 앱스토어에 출시할지는 자연스러운 게임사의 선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