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국빈방문을 시작했다. 지난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18년만에 이뤄지는 미국 현직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중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방일기간 중 일본 및 아시아 동맹국에게 아시아 중시정책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저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공개 '스시 만찬'을 하는 것으로 일본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찾은 식당은 7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곳으로 10명정도만 앉을 수 있는 작은 식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좁은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두 정상의 친밀감을 높이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맨 오른쪽)이 23일 저녁 아베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일본 도쿄의 초밥집에서 만찬을 가졌다.(사진=로이터통신)
중국의 영토분쟁과 북핵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자국의 아시아 지역내 안보전략의 주축인 일본과 굳건한 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방문에 앞서 진행된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센가쿠열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 안보에서 좀 더 큰 역할을 하려는 일본의 의지를 환영한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제약 사항을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일본의 방위력을 강화하고 미군과의 협력을 심화하려는 아베 총리의 노력을 칭찬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는 유사시 미국의 자동적 개입을 명문화한 양국간 상호 안보협약이 적용되는 곳임을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현재 상황을 무력으로 바꾸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양국 정상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섬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요 경제 사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필수적인 미·일 양국간 상호무역협정이 이번 방문기간에 맞춰서 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일 무역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일정에 맞춰 TPP에 필수적인 양국간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에 돌입했으나 일본의 농산물과 미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출국일인 25일까지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더라도 양국 정상은 주요 사안에 대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키히토 일왕을 예방한 이후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오후에는 메이지 신궁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환영 만찬이 계획돼 있다.
한편 중국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 직전 관영매체 신화통신을 통해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은 "급부상하는 '아시아의 거인'을 우리에 가두기 위한 치밀한 책략"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의 평화적인 부상을 환영하지만 "일본이나 기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해치면서까지 중국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