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침몰참사)안산분향소 2일차.."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오후 1시30분 현재 1만명 조문..이틀 간 2만3천명
24일 등교시작한 단원고 3학년들도 조문

입력 : 2014-04-24 오후 3:42:09
[안산=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모든 조문객들이 이렇게 말했다. 수십 분간 기다리는 중년의 시민들도,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온 인근 공단의 노동자들도, 하교 후 선후배를 보러 온 단원고 학생들도 흐느꼈다.
 
세월호 여객선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의 임시 분향소가 설치된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는 분향소 설치 둘째날인 24일에도 수많은 시민들의 조문 행렬로 이른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400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섰다. 줄은 올림픽기념관 앞 인도를 가득 채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위해 기다렸지만, 분위기는 숙연했다.
 
많은 사람들이 검은 옷을 차려입고 왔다. 등굣길 대학생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고인들에 대한 예를 갖추고자 검은 색을 골랐다. 분향소 입구에서 단원고등학교 동문회·학부모회 등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양 옆으로 길게 늘어진 조화를 지나 64명의 영정 앞에 발을 멈춘다. 고인들을 위한 묵념 후, 헌화에 나선다.
 
조문을 하는 도중에, 혹은 조문을 마친 후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다. 조문을 마친 사람들이 출구 옆에 놓은 게시판 앞에 발걸음을 멈춘다. 조문객들이 고인들에게 보내는 '짧은 메모'들로 벽은 가득 차 있다. 메모 속에는 어른으로서의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단원고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인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붙어있는 희생자 추모 메모들.(사진=한광범 기자)
 
“어른들이 미안해. 그곳에서는 피어나길”·“다음 생에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말기를”·"미안하고 또 미안해"·"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미안하다"·"이런 거 밖에 못해줘서 미안하다!"·"얘들아 부디 좋은 곳으로 가~ 미안!"·"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얘들아! 어른노릇을 못하는 어른이어서 정말 미안하다. 부디 용서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렴..."
 
조문을 마친 후 한 중년 여성이 출구 앞에서 소리 내어 울먹였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분 간 울먹이던 그는, 지갑에서 있는 돈을 모두 꺼내 출구 옆에 놓인 성금함에 넣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시간, 한 남성이 분향소 입구에서부터 부축을 받으며 곧바로 영정 앞으로 이동했다. 유가족이었다. 그는 딸의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십여 분 간 오열하던 남성은 다시 부축을 받고 자리를 떴다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 이날부터 다시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한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분향소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배의 영정 앞에 서자 많은 학생들이 울먹였다.
 
◇단원고 학생들이 2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안산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News1
 
24일 하루 오후 1시30분까지 1만명 가량이 조문을 했다. 전날 1만3700명 조문에 이어 이틀 동안 2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정치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심재철·함진규 새누리당 의원, 임종인 전 의원이 조문객들 사이에서 조문을 마쳤다. 이들은 조문 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분향소를 떠났다.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설치된 임시분향소는 28일까지 운영된다. 이후엔 안산 화랑유원지에 공식 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또 묘역은 안산 와동 꽃빛공원에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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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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