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28일까지 탑승객 476명 중 174명이 구조됐으며 114명이 실종 상태다. 확인된 사망자는 188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허술한 여객 관리와 부실한 안전점검 등 우리 사회 재난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초대형 인재(人災)다. 전 국민이 추모 열기에 스스로 동참할 만큼 사회적 상처가 크고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히는 등 앞으로의 정치적 파장 역시 가늠하기 힘들다. 매번 되풀이되는 사고와 이로 인해 드러나는 시스템 부실의 문제를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난방재 전문가인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와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와 함께 현재 시스템의 한계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이재은 충북대 교수와 조원철 연세대 교수가 '국가재난대책' 개선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은 '현장·지역 중심의 재난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체계에서 중앙정부 수준은 어느 정도 다 구축됐다. 지금 우리가 키워줘야 할 부분은 지방자치단체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 역시 "사고는 현장에서 일어나고 각 지역별로 언어표현과 행동양식이 다 다르다”며 “(재난 현장 지휘는) 그 지역 특성에 맞춰 그 지역을 잘 아는 분들이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재은 충남대 교수, 조원철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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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230개 지자체에 대한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논의하지 않고 중앙정부의 재난관리청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지자체는 현재대로 두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지자체의 재난관리 역량이 안되면, (세월호 사건과)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똑같이 대응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지자체 재난관리 전담 공무원을 늘려야 하고 조직과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도 키워줘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민간부문 활용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지금은 민간부문의 역량이 중앙정부보다 더 낫다. 미국·일본·유럽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재난 현장에 제일 먼저 가서 구조 활동하는 것은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라며 "민간 부문과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중앙정부는 그분들이 현장 수습을 할 수 있도록 방재 재원 즉, 정보, 물자, 장비, 인력,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중앙정부의 역할 전환을 제기했다.
또 9·11 테러 사고를 거론하며 "(당시 현장 지휘자는) 사고 발생 지역 9개 블록을 지키는 지역 소방서장이었다"며 "소방서장의 최고 상관이 뉴욕 시장이었는데 시장이 그 사람 밑에 가서 모든 것을 지원했고 미 연방정부 재무성, 각 경찰 들도 전부 그 사람 밑에 가서 지원했다. 우리 같으면 지방 9급 공무원이 총지휘하는데 도지사나 장관이 다 그 밑에 들어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광정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 ⓒNews1
다음은 이재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세월호 사고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재난의 유형을 분류할 때는 재난이 발생한 체계와 원인에 의해 분류한다. 그래서 자연 재난은 자연 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 예를 들면 태풍, 집중호우, 쓰나미 등이다. 재해의 인위적인 요인이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지는 재난을 인적 재난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인적인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인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행정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할 때 차장을 안행부 2차관을 뒀다. 인적 재난이라는 것을 정부에서 인정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연 재난이었다면 소방방재청장이 차장이 됐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고는) 인적 재난이다.
-사고 대책과 관련, 재난처나 재난청의 신설 논의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논의 자체가 잘못됐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후 아직 사고에 대한 수습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언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그런 이야기가 정부에서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이것은 논의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불순한 의미 있는 것 같다. 즉 재난청이나 재난 관리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혼란을 빚었다는,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겠느냐
두 번째 논의 시점도 잘못됐지만 또 하나는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 지금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체계에서 중앙정부 수준은 어느 정도 다 구축됐다. 지금 우리가 키워줘야 할 부분은 지방자치단체다. 230개 지자체에 대한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논의하지 않고 중앙정부의 재난관리청 이야기 나오는 것은 지자체는 현재 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자체의 재난관리 역량이 안되면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똑같이 대응하게 된다. 즉 지자체의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지자체 재난관리 전담 공무원을 눌리고 조직과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도 키워야 한다.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지방에 넘겨주면 일 못 합니다"라고 말한다. 언제 일하게 전문성을 키워준 적도 없고 역량을 강화 시켜준 적도 없다. 지금 지자체 공무원의 학력 수준 얼마나 높나, 대부분 대졸자들이고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다.
또 과거 중앙집권식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을 임명할 때는 지시·통제·명령·감독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지자체 스스로 (인력을) 뽑은지 20년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키우고 노하우를 확보하고 훈련하고 매뉴얼 만드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그러면 재난관리 대처 능력이 상승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중앙정부에서 더 이상의 청을 만들거나 확대 시키면 안 된다. 컨트롤 타워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대통령실의 위기관리센터에서 하면 된다.
그런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위기를 담당하지 않는다'라고 대변인의 입을 통해 발표한 것 보고 사실 경악했다. 재난관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최초 책임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물론 본인 스스로 관리하면 좋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처럼 개인이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이런 부분은 개인이 조심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논의의 초점은 재난관리청이나 재난처가 아니고 지지체를 어떻게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을 키우고 현장에서 지휘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1순위다. 지금 중앙정부 이야기가 나와 사람들이 그쪽으로 관심이 갔다. 그래서 지자체 이야기는 다 빠진 상태다. 이제는 논의의 초점을 완전히 바꿔야 할 시점이다.
-국회의 입법 논의도 지자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나?
▲당연하다. 그렇게 가야 한다. 지금 중앙정부는 전문성 없는 일반 행정 공무원들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자기들이 만들겠다고 하고 나와 이러한 문제가 터진 것이지 중앙정부의 인력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다. 만약 중앙부처의 안전행정부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고 싶으면 심하게 표현해 지자체에 가서 일하면 된다. 거기 가서 도와주면 된다. 중앙정부 능력이 이제는 지시·명령·통제·감독이 아니라 (지자체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민방위 훈련 강화 같은 것이 앞으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은 민간부문의 역량이 중앙정부보다 더 낫다. 민간에 석사·박사, 대졸자 학력이 얼마나 많나. 재난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일본·유럽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재난 현장에 제일 먼저 가서 구조 활동하는 것은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민간인 옆에서 (사고가) 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정부 부문의 구조 인력이 도착하기 전에 민간 구조의 파트를 어떻게 활성화하고 개선하는 문제다. (구조) 장비도 민간에 지원해주고 그런 것이 거버넌스다.
민간 부문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통합은 구조 주체가 다를 수 있지만 시스템상으로 묶으면 통합위기관리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꼭 같은 사무실을 써야 통합이 아니다. 기능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같다면 그리고 (업무적으로) 연계가 된다면 통합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