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2강, R&D '찔끔'..영업 '혈안'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 전체 매출액 비중 1% 밑돌아

입력 : 2014-05-07 오전 11:10:07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국내 자전거 시장을 주도하는 양강이 시장 점유율에 걸맞지 않게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통망 확장 등 영업력에는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어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자전거 시장은 지난 2011년 12월 알톤스포츠(123750)가 업계 3위인 코렉스를 인수하면서 삼천리자전거(024950)와 알톤스포츠의 양강 구도가 다져졌다. 하지만 1, 2위 간 격차는 여전하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자회사인 참좋은레져(094850)를 포함해 4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알톤스포츠는 1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밖에 40~50개의 해외 브랜드로 국내 자전거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처럼 국내 시장은 두 업체의 과점 체제로 굳어지고 있지만, 미래 동력을 위한 이들의 연구개발 투자는 야박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년 평균 채 1%가 되지 않는다.
 
이중 삼천리자전거의 연구개발 비용은 2011년 6억20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69%, 2012년 8억5000만원(0.78%), 2013년 9억9000만원(0.9%)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금씩이나마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알톤스포츠도 2011년 3억원(0.74%), 2012년 4억5000만원(0.84%), 2013년 2억8000만원(0.55%)에 불과했다. 특히 2013년은 전년은 물론, 2011년 대비로도 전체 금액이 줄어들었다.
 
◇(왼쪽부터) 삼천리지잔거·알톤스포츠의 연구개발비용. (자료=각 사)
 
연간 매출액의 평균 5% 이상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하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비교해서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위스, 프랑스 등 글로벌 업체들은 신소재를 개발해 세계자전거대회에서 테스트를 하는 등 기술 발전을 꾀하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글로벌 업체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곧 변화되는 시장 흐름에 대한 대응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자전거의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 비용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집약적인 자전거 산업은 국내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부품을 사용하게 됐고, 국내 자전거 부품 시장은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 국내에서 부품에 종사하던 노동자들 또한 보수가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으로 이동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자전거는 전 부품을 생산해서 만드는 것이 아닌 프레임과 디자인만 국내에서 담당하고, 외국 부품을 이용하는 조립산업으로 변모했다"며 "연구개발 비용이 적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 업체는 실제 수행한 연구개발비가 사업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아 수치상으로 적게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천리자전거는 자회사인 참좋은레져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고, 알톤스포츠는 중국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이들 비용이 연구개발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항변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전거 산업을 노동집약적 단순제조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자전거 등 자전거의 흐름이 자동차 시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데다, 브랜드 파괴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
 
연구개발에 대한 저조한 흐름과는 달리 국내 자전거 업체들은 실적과 직결되는 유통망 확장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2011년부터 판매채널 정리작업을 통해 대리점 독점 거래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전국 2500여개 유통망 중 1400여개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고, 이중 1223개 대리점에서는 자사 제품만을 취급하고 있다.
 
알톤스포츠도 1270여개의 대리점을 바탕으로 유통망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독점 거래 정책을 펼치는 삼천리자전거에 비하면 전체 규모 측면에서는 5배 정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유통망의 확장성은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삼천리자전거는 판매채널 정리작업이 완료된 2012년을 기점으로 연이어 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알톤스포츠는 삼천리의 영업력 강화에 실적이 소폭 떨어졌다. 
 
◇(왼쪽부터)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의 실적추이. (자료=각 사)
  
이에 맞서기 위해 알톤스포츠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2월에는 해외 마케팅 강화를 위해 GS글로벌(001250)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국내 시장보다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해외로 매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일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출을 미주, 유럽, 호주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계는 여전히 기술 경쟁력이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 확보는 필수조건이라는 이유로, 연구개발보다 영업력에 치우친 현 상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볼 때 영업력이 실적을 좌우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을 통한 발전이 필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삼천리자전거 관계자 또한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며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고, 앞으로 5년 안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삼천리자전거의 팬텀시티, 알톤스포츠의 로드마스터.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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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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