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3억원인 공정위가 3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을까

입력 : 2014-05-08 오후 8:09:18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를 신고한 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포상금 최고액은 3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2년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최고 한도액 기준을 상향했기 때문.
 
국세청의 탈세제보 신고포상금이 최고 10억원까지 지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고액이다. 
 
그런데 실제로 불공정 거래 신고로 30억원의 포상금을 탈 수 있을까.
 
8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해 책정한 신고포상금 예산은 3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포상금 외에도 방문판매법 위반 신고포상금, 하도급법 위반 신고포상금 등 공정위 소관 신고포상금을 모두 포함한 예산이다.
 
방판법 위반 신고자에게는 최고 1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고, 하도급법 위반 신고시에 지급할 수 있는 신고포상금은 지급 최고한도액(입법예고 중)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예산은 3억원 뿐인데 신고하면 30억원 넘게 포상금을 주겠다는 것.
 
분명 공정위의 허세지만 근거 없는 허세는 아니다.
 
실제로 30억원까지 지급할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현재까지 단일 사안으로 가장 많이 지급한 신고포상금은 2억1026만원. 지난 2007년 CJ, 삼양사, 대한제당의 설탕값 담합 관련 신고자에 포상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2011년 한국주택공사가 발주한 8개 아파트공사 건설입찰 담합행위 제보자들에 포상한 5248만원이 높은 축에 속한다.
 
해마다 지급하는 사례가 적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산을 낮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 예산을 과다책정할 경우 예산을 확보만 하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국회로부터 질타를 받게 되고, 다음해 예산심의 때 불이익도 받을 수 있다.
 
공정위가 책정한 포상금 예산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5억1000만원, 5억2000만원. 상한가의 약 6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올해는 더 줄어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3억3000만원, 방문판매법 관련 5000만원 집행이 예상된다. 전체 예산이 3억8000만원으로 짜여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급한 포상금은 더 적다. 공정위가 지난 2년 간 지급한 포상금액은 총 4억6600만원에 불과하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1억8700만원, 2억7900만원으로, 각해 예산(5억1000만원, 5억2000만원)의 37%와 54% 수준이다. 상한가액 기준에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공정위는 국회로부터 포상금 관련 집행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되온 공정위 포상금제가 지속적으로 불용예산을 남겨온 탓이다.
 
◇담합 행위 신고 포상금 지급 기본액 산정기준.(자료=공정위 제공)
 
그렇다면 신고를 통해 30억원의 거금을 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포상금액은 지급 기본액에 증거 수준별 일정 비율을 곱한 값으로 정하는데 좋은 증거가 될 경우 100%를 곱하지만, 수준이 낮은 증거는 30%를 곱하기도 한다. 
 
지급기본액은 위법대상 사업자에게 과징할 과징금액에 지급기준율을 곱해야만 최종적으로 결정되는데, 과징금의 50억원 이하 구간까지 일괄 10%를 곱하고, 50억원~200억원 구간 총 과징금에서 50억원을 뺀 값에 5%를 곱해 더하고, 과징금이 200억원보다 많다면 또 그 나머지에 2%를 곱해 더한다.
 
산술적으로 신고자의 증거수준이 최상일 경우로 가정하고 과징금이 1075억원이면 3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가 부과한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은 2009년 LPG값 담합에 연루된 6개 LPG공급사에 부과한 6600억원이다. 물론 신고포상과는 연결되지 않은 과징금이었다.
 
그러나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사례가 신고를 통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도 어렵다. 당장 3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일이 발생하면 단지 3억원의 예산을 가진 공정위는 어떻게 될까.
 
윤수현 공정위 기획재정담당관은 "큰 포상금 지급이 예상 되면, 다음해 예산을 증액해 대응할 수 있다"며 "포상금 지급 기일이 사건 처리 의결일로부터 3개월이나 되고, 특별한 사정이 생기면 이 기간도 조정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담당관은 "예산이 부족해 신고포상금을 못 주면 안 되므로 과거 포상금 예산을 넉넉히 편성했지만 포상금을 집행할 사건이 적었다"며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행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가 되는 탓에 현실적이라고 보여지는 수준인 3억8000만원으로 올해 예산을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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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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