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문인식과 음성인식 기능은 없다. 대신 방수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있다. 외부 소음을 줄여 음악을 깊게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은 오직 여기에만 있다.
소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에 대한 정리다. Z2는 전작인 '엑스페리아Z1'의 주요기능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지적됐던 단점은 보완했다.
우선 엑스페리아Z2는 전작에 비해 크기는 커지고 두께는 얇아졌다. 화면 크기를 기존 5인치에서 5.2인치로 늘렸다. 풀HD 트릴루미너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두께는 8.2mm로 초박형이다. 무게도 170g에서 163g으로 더 가벼워졌다.
◇소니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사진=소니코리아)
다만 그립감은 다소 떨어진다. 딱 떨어지는 알루미늄 프레임 탓이다. 특히 방수·방진을 위해 스마트폰 양 사이드에 덮개가 자리하면서 다소 난잡한 느낌이다. 왼편에는 충전단자와 도킹단자가, 오른편에는 전원버튼과 카메라촬영 버튼, 소리조절버튼, 마이크로SD 슬롯 등이 줄줄이 있다.
전작에서 취약점으로 지목된 시야각 문제는 넓은 시야각의 IPS 패널로 해소했다. Z1과 Z2를 비교했을 때 밝기가 확연히 차이난다. 액정표시장치(LCD)의 흰색 표현 방식을 개선한 덕분이다. 색 재현율도 sRGB(standard RGB) 색공간 대비 130%로 높였다. Z1의 경우 115%였다.
Z2에는 화면을 켜는 홈버튼이 없다. 대신 '깨우려면 누름(탭 투 웨이크)'으로 설정하면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두 번 두드리기만 하면 켜진다.
◇(왼쪽부터)엑스페리아Z2와 전작인 엑스페리아Z1(사진=뉴스토마토)
엑스페리아Z2에는 소니의 기업 정신이 담겼다. 하드웨어적인 진보 속에 감성적인 콘텐츠를 담았다. 다양한 사진 기능과 한층 강화된 사운드 기능이 대표적이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에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에서 얻을 수 있는 배경 흐림 효과(아웃포커싱)가 속속 적용되고 있다. 이미 이 기능을 선보인
LG전자(066570)의 'G프로2'와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5'에 비해 소니의 아웃포커싱은 퀄리티가 높다.
위 아래 가로, 왼쪽 오른쪽 세로, 원형 등 세 가지 방식의 흐림(블러) 효과가 가능하다. 또 선명도와 흐림도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단, 아웃포커싱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
먼저 아웃포커싱 모드로 설정한 후 초점 맞추고 싶은 부문을 클릭해 촬영을 하면 두 번 찰칵 소리가 나며 사진이 찍힌다. 이렇게 두 번 촬영하는 데 6초가 걸리고, 이후 흐림 효과가 처리되는 데 또 13초가 걸린다.
카메라 기능 중 'AR 효과'는 아이들이 좋아할 법하다. 가상 배경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다. 과거 스티커 사진이 유행했을 때 잡지나 가발 등에 얼굴을 맞춰서 찍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스파이더맨·나비·바다풍경 등이 제공되며,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추가될 예정이다.
◇소니의 엑스페리아Z2는 다양한 모드의 사진 촬영을 지원한다.(사진=뉴스토마토)
전작과 마찬가지로 후면 2070만 화소, 전면 200만 화소에, 소니 카메라에 탑재되는 G렌즈를 적용했다. 1/2.3"의 Exmor RS for mobile 이미지 센서는 27mm의 광시야각과 함께 F2.0의 밝은 밝기로 어두운 곳에서도 많은 빛을 받아 들인다. 소니의 광학기술 DNA 덕이다.
Z2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바로 그것인데, 말 그대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감상할 때 외부 소음을 걸러준다. 반대 파형을 내서 잡음을 제거하는 원리다. 외부 소음을 98%까지 제어할 수 있다.
비행기·사무실·기차 등 상황별 모드를 지원한다. 주변이 별로 시끄럽지 않은 실내에서 테스트 해봐서 그 효과를 체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니가 별도로 판매하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귀에 꽂기만 해도 주변소리가 확실히 차단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FM라디오도 탑재됐다. 이어폰이 안테나 역할을 한다. 스피커 모드를 통해 이어폰을 귀에 꽂지 않고 들을 수 있지만, 전파 수신을 위해 이어폰은 그대로 스마트폰에 장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엑스페리아Z 시리즈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는 방수·방진이다. Z2를 흐르는 물에 씻거나 담수에 30분 이상 넣어둬도 문제가 없지만 바닷물은 주의해야 한다. 염분으로 인해 내부 고무가 부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로 인한 고장은 애프터서비스(AS) 받을 때 소비자 부담이니 주의할 것.
◇엑스페리아Z2는 방수와 방진 기능을 탑재했다.(사진=뉴스토마토)
배터리가 일체형인 점은 마이너스다. 스마트폰 사용 빈도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여분 배터리가 없으면 충전기를 들고 다니며 콘센트를 찾아야 한다. 외장 충전기 등의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모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니는 사용자들이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200미리암페어(mAh)의 대용량 배터리 덕에 하루에 한 번 이상 충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울러 별도의 보안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 팬택 등의 제조업체들이 지문인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Z2에는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애플·LG전자·팬택이 지겨운 소비자들에게 엑스페리아Z2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함에도 스마트폰 선택 폭은 가장 좁은 나라다. 애플을 제외하면 외국계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을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다. 한국이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원하던 소비자들은 소니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 문은 엑스페리아Z2가 열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