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인간중독', 서른 넘어 찾아온 첫 사랑

입력 : 2014-05-09 오후 1:53:13
◇'인간중독' 포스터 (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조선남녀상열지사 - 스캔들',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이 또 하나의 '19금 멜로'를 들고 나왔다. '인간 중독'은 유머와 은밀한 사랑을 적절히 녹일 줄 아는 김대우 감독의 파격 멜로다.
 
김 감독 특유의 남녀 심리묘사는 여전히 섬세하고, 군 관사를 배경으로 한 영상미는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답다.
 
◇송승헌 (사진제공=NEW)
 
영화는 진중한 느낌의 김진평(송승헌 분) 대령이 아내 숙진(조여정 분) 몰래 부하 경우진(온주완 분) 대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 분)과 진한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를 담는다.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 진평과 가흔은 첫 눈에 서로에게 빠져들고, 깊은 사랑을 나눈다. 숲 속의 차에서 시작된 사랑은 경우진의 침실, 음악감상실까지 이어지며 점점 더 대담해진다.
 
하지만 영화는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못한다. 현실과 사랑 중에서 현실을 택한 가흔의 결정에 진평은 목숨을 내던진다. 서른 살 넘어 처음으로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에 중독된 남자의 선택은 파국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진평의 마음을 받아줄듯 안 받아줄듯 애매한 줄타기를 하는 가흔의 심리와 사랑에 눈이 멀어 미친듯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진평의 심리는 설득력이 강하다. "사랑하면 저렇게 되지"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진평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혹한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흔의 모습도 공감을 이끈다.
 
전작들에서 남녀의 속 마음을 거침없이 파헤쳤던 김 감독의 장기가 발휘되는 지점이다. 설득력 강한 심리 묘사는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무거울 것만 같은 영화지만, 곳곳에 유머가 가득 담겨 있다. 남편만 바라보는 숙진 역의 조여정, 군관사의 아줌마 군단의 수장 전혜진, 춤바람에 빠진 유해진과 배성우 등 조연들의 감초 연기는 영화의 숨통을 틔운다. 감독의 유머감각은 탁월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커다란 장점이다.
 
◇송승헌-임지연 (사진제공=NEW)
 
"'인간중독'이 대표작이 되었으면 한다"는 송승헌은 청춘물의 이미지를 벗어나 진중한 군인으로 완전히 변신한다. 자신이 쳐 놓은 울타리에서 벗어난 듯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클라이막스에 감정을 터뜨리지 못한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아직도 미숙함이 엿보여 아쉽다.
 
이번이 첫 상업영화인 임지연은 탕웨이를 연상시킨다. 청순하면서도 섹시하고, 동양적이면서도 서구적인 외모는 뭇 남성들을 뒤흔들 스타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신예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숙제였지만, 자신의 기량 이상을 발휘한다. 임지연은 누구보다도 종가흔을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였다. 발성 등 기술적인 면에서 다소 아쉬운 면이 있지만, 기대감이 더 큰 배우다.
 
조여정의 변신은 더욱 눈에 띈다. 조여정은 남편의 출세에 목숨 거는 숙진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다. 웃음도 안기고, 카리스마도 드러낸다. 조여정의 끝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다.
 
속물적인 군인 경우진을 연기한 온주완을 비롯해 유해진과 배성우, 전혜진도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영화는 한 남자의 목숨 건 사랑을 은밀하고 대담하고 진하게 그린다. 깊고 진한 사랑에 대리만족을 느끼기 좋은 작품이다. 142분의 러닝타임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듯 하다.
 
거북이 껍질 같은 송승헌의 근육과 엉덩이, 하얀 피부를 드러내는 임지연의 뒷모습은 관객들을 숨 죽이게 할 것이다.
 
5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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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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