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세월호 참사' 관련 부적절한 발언과 보도지침 논란을 빚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9일 "보도국장직을 사임한다"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 길환영 KBS 사장의 동반퇴진도 요구했다.

 

유가족들과의 면담후 청와대가 길환영 사장에 대해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에게만 책임을 지우려는 길 사장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시곤 국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참사는 여야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 국민 모두가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관행을 고쳐야 한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라고 밝히며 사임했다.

 

김 보도국장은 지난달 부서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발언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언론 보도를 통해 논란이 됐고 급기야 지난 8일 밤 분개한 세월호 사건 유가족은 KBS 본사를 항의 방문해 김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보도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모두 거론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먼저 교통사고 발언에 대해 "당시 식사 자리에서 '세월호 사건은 기본적으로 안전 불감증 사고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뉴스 시리즈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언론노조가 전체 내용을 거두절미한 채 일방적으로 반론은 한마디도 싣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전혀 하지도 않은 말을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로 날리고 다시 진보매체에서 기사로 썼다. 전혀 사실무근인 이 글을 토대로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까지 쓰고 있다"라며 "이것이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맥락을 외면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침소봉대하는, 사안의 본질의 왜곡하는 행위는 이번 계기로 근절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검은 옷을 착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모 앵커가 뉴스특보에 상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 나와 곧바로 몇몇 시청자의 항의가 있었다"며 "아직 실종자가 많은 상황에서 상복을 입고 나온 것은 실종자가 사망한 것이라 볼 수 있어 시청자를 잘못에 빠뜨리는 지적이라 생각해 정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길환영 KBS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고 보도 침해를 해온 길 사장은 자진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KBS 노조를 향해 "이렇게까지 변질되고 정치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특정 간부를 공격하고 이를 통해 KBS와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정치 이슈화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관련 KBS의 편파보도 지적에는 "KBS 보도가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언론 자체가 제 역할을 못할 때 KBS는 제대로 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