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후 박근혜 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기업투자를 장려하려고 규제개혁을 외치다가 이제는 안전사고를 막자며 안전대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서로 다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혼란만 쌓이는 현실에 자칫 정책효과까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후 정부합동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안전관리체계 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예산을 우선 편성하라"고 지시했고,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8일 "후진적 사고의 악순환을 뿌리 뽑으려면 안전관리체계를 환골탈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며 안전대책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News1
문제는 '성장을 통한 경제운영'을 강조하며 새해부터 강력한 규제개혁을 주문한 박근혜 정부가 불과 넉달만에 국정 방침을 바꾸게 생겼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규제를 암에 빗대며 규제개혁을 외쳤는데 세월호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안전수칙과 관련 규제를 대폭 줄인 규제 완화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국정에 대한 원칙없이 지나치게 여론만 의식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모습을 보여 규제개혁과 안전강화 중 무엇도 정책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당장 규제개혁은 세월호 사고 후 전면 중단된 분위기고, 급히 추진된 합동 안전점검 탓에 각 부처 장관들의 현장점검은 연례적으로 하던 주요 시설방문 수준에서 그쳤다.
정부 공무원 역시 일을 두번 하게 생겼다. 규제를 줄이라고 해서 부처별로 10% 수준에서 일괄적으로 소관 규제를 감축하게 됐는데, 혹시 안전에 관계된 규제를 줄인 게 아닌가 싶어 규제개선 방안을 다시 검토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제개혁의 하나로 인증 중복해소를 추진했지만 세월호 사고 후 혹시 안전에 관계된 인증을 건드렸나 싶어 재검토 중"이라며 "부처의 목적이 산업 활성화라서 규제완화는 계속 진행하겠지만 혹 역풍이 생길까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해양수산부 등 일부 부처는 등록 규제가 주로 기업경영을 직접 제약하는 것이라서 규제개선과 안전강화의 병행은 정부나 기업에 혼란만 준다는 의견도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공약으로 내건 기초연금 지급도 예산부족으로 계획을 변경했는데 안전예산을 편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행정연구원 관계자는 "규제개혁과 안전강화 모두 특정 일을 계기로 한쪽 측면만 부각시킨 채 갑작스럽게 추진돼 세부 대책을 세울 충분한 여건이 안됐다"며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허송세월 하지 않으려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결정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