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끝까지 간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통쾌함

입력 : 2014-05-14 오전 8:34:11
◇'끝까지 간다'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사실 딱히 기대가 되지 않았다. 이선균과 조진웅이라는 배우의 기대감은 분명했지만, 8년 전 나온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김성훈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성훈 감독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시작 1분부터 끝나기 직전까지 심장을 조이고, 반전으로 끊임없이 뒤통수를 친다. 예상치 못한 시점의 유머는 호탕한 웃음을 준다. 마치 뻥 뚫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통쾌함을 안긴다.
 
영화를 보고난 뒤에는 예상치 못한 보석을 찾은 기분에 희열을 느낀다. 
 
◇이선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영화는 다소 부패한 경찰 고건수(이선균 분)의 모친 장례식날부터 시작한다. 상중임에도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감찰반이 유흥업소에서 뒷돈을 받은 것을 감지하고 사무실로 들이닥친다. 놀란 마음에 경찰서로 엑셀라이터을 밟던 중 사람을 친다. 차에 치인 사람은 바로 죽는다. 약 1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 건수는 경찰을 부를까, 시체를 유기할까 고민하던 중 결국 시체를 유기한다. 짧은 순간의 이 선택이 화를 자초한다는 이야기다.
 
초반 영화의 전개는 쉼 없이 빠르다. 관객들이 이해를 하려고 할 때쯤 새로운 사건이 나오고 또 금방 새로운 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치를 적절히 조절해 산만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시작부터 핵폭탄처럼 터진 사건들을 건수가 하나 하나 처리해나가는 과정을 상당히 매끄럽게 풀어내 혼란을 줄이고 속도감을 극대화시킨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일을 처리해 나가며 건수가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에 전화 한통이 날아든다. 사람을 친 것도 시체를 유기한 것도 모두 알고 있는 이 절체불명의 인물이 러닝타임 후 약 1시간 만에 등장한다. 또 다른 경찰 박창민(조진웅 분)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새 국면을 맞고, 조였던 심장이 풀어질 때쯤 박창민을 통해 다시 긴장감을 높인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왜 제목이 '끝까지 간다'가 됐는지 알만한다.
 
이선균이 영화 초반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면, 조진웅은 영화 후반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압도적인 임팩트로 등장하는 조진웅의 모습에 관객들은 빨려들어갈 것이다. 그만큼 강렬하다.
 
김성훈 감독은 '서프라이즈의 연속'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은 관객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긴장이 풀어지는 시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다시 긴장의 끈을 잡아당긴다. 마지막 아파트에서의 폭발적인 혈투는 통쾌함과 짜릿함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장르 영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제목과 내용의 조화가 절묘한 영화다.
 
◇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이들의 액션은 기존 액션과 달랐다.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유행처럼 충무로를 뒤엎는 가운데, 리얼리티 액션을 들고 나왔다. 손을 깨물고 머리를 잡아 당기고 집어던진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감독의 의도가 액션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연기 또한 매력적이다. '화차'나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자신보다는 작품을 빛내는데 주력했던 이선균은 팔딱팔딱 뛰는 활어같은 건수를 통해 온 몸을 내던진다. 갑작스럽게 닥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절규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유머는 관객을 웃음으로 유도한다.
 
특유의 선한 이미지는 다소 부패하고 나쁜 짓을 행하는 건수에게 동정심을 유발시켜,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님에도 선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원하는 흥행스코어를 물었을 때 '내 아내의 모든 것'의 460만을 넘고 싶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연기력이었다.
 
조진웅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가며 웃음을 띤 채 얼굴을 난타하는 그의 연기는 폭발적이다. 1시간만 등장했을 뿐인데 잔상이 꽤 깊다. 영화에서 강렬하게 등장하는 장면이 두 번인데, 조진웅이였기에 그 등장이 섬뜩하지 않았을까.
 
이선균에 비해 무게감이 있는 체구에서 주먹을 쥐고 인상을 쓰며 달려드는 모습은 파괴력이 강하다. 영화가 끝난 뒤 밀려오는 통쾌함의 절반 이상은 조진웅의 힘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선균-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단순한 액션 오락영화라고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대악 근절에 대한 풍자나, 비리 경찰을 소재로 한 점, 선택의 중요성이라는 메시지 등은 영화의 깊이를 준다.
 
제 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올라 프랑스에 가는 '끝까지 간다'는 고속으로 달리는 액션 영화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통쾌함과 시원함을 영화를 보고 느끼길 바란다. 
 
29일 개봉. 상영시간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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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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