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최근 카메라에 딱 맞는 스타 광고가 늘고 있다. 스타만을 내세운 우후죽순격 광고가 아닌 제품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모델을 기용하면서 저마다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지난해 배우 손예진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여성 카메라 유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3월 선보인 'NEX-3N' 광고는 '손예진 카메라'라는 애칭까지 붙으며 2013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미러리스 카메라로 등극했다.
올 3월부터는 송혜교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알파 A5000' 광고 모델로 나서 "당신이 언제 가장 예쁜지 아세요? A5000 앞에 있을 때요"라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소니코리아는 '예뻐지는 카메라'라는 기치 하에 여심(女心)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최근 배우 하정우를 OM-D E-M10 모델로 발탁했다.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 중 남심(男心)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배우라는 본질에 충실한 하정우의 이미지가 '본질에 가장 충실한 카메라 OM-D E-M10'의 특징과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모델로 발탁됐다.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는 "예전에는 꽃미남들이 여심을 건들이는 기류였으나 요즘에는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많다 보니 상남자 냄새를 풍기는 하정우를 기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림푸스가 광고 모델을 기용한 것은 지난 2011년 원빈 이후 3년 만이다. 올림푸스는 지난 2012년 본사가 분식회계에 휘말린 데다 같은 해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이 횡령 혐의로 해임됐다.
이후 올림푸스한국이 자숙과 재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미러리스 시장 선두를 빼앗겼다. 이번 광고 론칭을 계기로 예전의 왕좌를 되찾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왼쪽부터)소니코리아의 송혜교, 니콘이미징코리아의 추성훈·추사랑, 올림푸스한국의 하정우.(사진=각 사)
업종을 불문하고 여러 기업들이 제품 광고를 위해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카메라 시장은 '스타파워=제품구매'의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는 그 어떤 제품보다 사양이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구매한다"면서 "광고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쓰이긴 하지만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이 현상은 고급 기종일수록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DSLR 중 고급 기종을 주력으로 하는 카메라 업체들은 광고에 적극적이지 않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과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코리아가 대표적이다. 광고 모델만 보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제품군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반해 DSLR 업계 2위인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최근 광고를 론칭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 부녀로 떠오른 추성훈·추사랑 부녀를 D5300 모델로 기용했다. '아빠 카메라'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제품은 DSLR 카메라를 이제 막 사용하는 초보자를 위한 카메라다. 입문자에게는 카메라 하드웨어 스펙보다 카메라 사용의 장벽을 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가족을 공략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야마다 코이치로 니콘이미징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한국시장에서 보급기 DSLR 카메라 시장을 강화하겠다"며 "그 일환으로 광고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세 회사의 광고를 보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소니코리아는 예쁜 셀카를 원하는 여성 소비자를, 니콘은 가족을 타킷으로 쉬운 DSLR 카메라를, 올림푸스는 카메라 본연의 고급스러움을 내세우고 있다.
무조건 인기 있는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지양하고, 자사 모델과 이미지가 부합하는 모델을 선호하는 추세. 카메라 업계의 광고 모델 선정이 똑똑해졌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체들이 브랜드나 회사 대신 제품에 적합한 광고 모델을 선별해서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과거 무차별적인 스타 광고에 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