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FA시장, 올해도 '사인 앤 트레이드' 메아리

입력 : 2014-05-16 오전 9:00:28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올해도 프로농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의 화두는 '사인 앤 트레이드(Sign & Trade)'다.
 
소속 구단 잔류를 제외한 유명 선수들의 이적은 대부분 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스타급 선수로 분류되는 김태술(KCC 이적), 이광재(KT 이적), 임재현(오리온스 이적)이 사인 앤 트레이드를 거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사인 앤 트레이드는 '구단과 사전 약속'

◇지난달 29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 5층 교육장에서 열린 2014 FA(자유계약선수) 설명회. (사진제공=KBL)

사인 앤 트레이드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한 뒤 곧장 다른 팀 선수와 트레이드 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재계약 직전 어느 구단으로 트레이드될 것이라 선수와 구단 모두 약속하는 게 대부분이다.
 
편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모습도 아니다. 제도의 허점을 살려 구단과 선수 모두 '꿩 먹고 알 먹는' 나름의 접점이다.
 
이번 비시즌 프로농구는 그 어느 해보다 우수한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즉시 주전 선수로 손색없는 이들의 이동과 각 구단의 약점 보완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단순히 다른 구단과 계약하는 방식의 선수 이동은 나오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수 이동이 있다면 관행처럼 굳어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예상은 지난 15일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이날은 FA 1차 마감 마지막 날이었다.
 
◇현 제도 아래 구단과 선수에겐 최고의 선택
 
◇이번 FA 시장에서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을 거쳐 KCC로 이적한 김태술. (사진제공=KBL)

FA 1차 마감일은 선수가 원소속 구단과 협의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에 구단과 재계약 하지 못한 FA 신분 선수들은 16일부터 다른 구단의 영입의향서를 통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
 
현재 FA 제도 아래에선 선수가 정상적으로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원소속 구단에 많은 부담이 따른다.
 
프로농구연맹(KBL) FA 제도에는 보상선수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만 35세 이상(매년 7월1일 기준) 선수가 아니면 엄격히 적용되는 규정이다.
 
여기서 보상은 FA시장에 나온 'A구단'의 '홍길동'이란 선수를 'B구단'이 데려갈 경우 B구단이 A구단에게 내줘야 하는 것들이다.
 
만약 홍길동이 전체 보수서열 30위 이내에 드는 고액연봉자라면 B구단은 자신들이 지정한 보호선수를 제외하고 A구단이 원하는 보상선수 1명을 내주는 동시에 홍길동의 지난해 보수 50%를 줘야 한다.
 
이런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돈으로 환산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B구단은 다른 것 없이 홍길동이 받던 연봉의 200%를 A구단에게 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구단들에게 이는 적잖은 금액이다.

이번 시즌 FA에서 이 조건에 속하는 선수들이 김태술, 양희종, 이광재, 함지훈, 김영환, 정영삼, 신명호 등 총 7명이다. 이들 모두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했다.
 
사인 앤 트레이드를 거친 김태술과 이광재는 새 팀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명목상으로는 원소속팀 재계약에 속한다. 두 선수의 원소속 팀인 KGC인삼공사와 동부는 보상을 피했다.
 
◇매년 반복하는 FA를 둘러싼 잡음
 
◇프로농구 FA 제도를 둘러싼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6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의 경기 당시 체육관 모습. (사진제공=KBL)

몇 해 전부터 농구계에는 FA 제도를 둘러싼 불만이 흘러나왔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FA임에도 자유로운 이적이 어려워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몇 번 찾아오지 않는 FA임에도 제도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구단들 또한 샐러리캡(선수 보수 총액)과 보상에 따른 부담감을 들어 아쉬움을 표했다.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있고 전력 보강이 필요함에도 이것저것 따질 것이 많아 마음껏 밑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이 가운데 궁여지책으로 나온 게 사인 앤 트레이드다.

이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상 문제 때문에 자유로운 이적이 어려워 비시즌 농구에 대한 여론 환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농구 관계자는 "보상금액이 줄어들긴 했어도 아직도 FA 시장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원소속 구단에 우선 협상권 정도만 주고 나머지 보상 문제를 더 낮추던가 아니면 점진적으로는 아예 없애는 게 맞지 않나 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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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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