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도시바와 샌디스크 '콤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초고속, 대용량 메모리카드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3차원 V낸드(적층 낸드플래시) 사업 진출과 우리 돈으로 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투자, 구글과의 파트너십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시바 2팹 공장 완성도.(사진=도시바)
21일 도시바에 따르면, 도시바·샌디스크는 현재 휴면 중인 요카이치 2팹(FAB)을 철거한 이후 중장기적으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전용 생산 거점이 될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V낸드 양산에 돌입하기 위함이다. 도시바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이후 2D 공정를 전면 3D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도시바의 행보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해 팹5 공장 2단계 생산라인 증설로 낸드 캐파를 큰 폭으로 늘린 상황에서 이번에 새롭게 증설되는 팹2 역시 당초 4조576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보다 2배 가까이 많은 7조원의 투자 총액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시바가 이처럼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에 내년부터 V낸드 시장이 개화되면서 오는 2016년에는 메모리 시장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기존 2D 구조 낸드가 미세공정 한계에 도달하면서 대용량 칩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도시바는 올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메모리카드 신제품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고, 샌디스크 역시 125GB의 마이크로SD 카드를 출시하며 '종주국'의 면모를 자랑했지만 판매 실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삼성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앞선 기술력에도 불구, 원가절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3D 구조로 생산되는 V낸드는 원가절감과 동시에 메모리 탑재량을 50% 이상 늘릴 수 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가 매년
삼성전자(005930),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이는 특허사용료 역시 V낸드 시대의 도래와 함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덕에 두 회사는 한때 로열티 수입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사용료를 받았지만 3D 메모리 구조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조만간 기존의 24단 적층 구조 V낸드에서 한 단계 공정을 발전시킨 32단 V낸드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도시바, 샌디스크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4단 V낸드 이후 32단 V낸드도 조기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8단 구조의 칩을 최초 개발한 이후 불과 5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도시바 역시 V낸드 반도체 적층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플래시 종주국으로서 도시바가 보유한 기술력도 막강하지만 무엇보다 적층기술 자체가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고 신뢰성, 안정성만 확보되면 양산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도시바는 이르면 2015년부터 V낸드를 시험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V낸드를 양산했지만 생산량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연간 생산량 역시 전체 낸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칠 전망이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V낸드는 2015년 웨이퍼 기준 80만장 이하의 생산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5년 글로벌 낸드 예상 출하량은 1617만장 수준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V낸드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기는 2016년으로 예상되며, 상당수 업체들이 그 시기에 맞춰 본격 양산에 대비하고 있다"며 "V낸드가 메모리카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접목되면 제2의 메모리 호황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