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삼화페인트(000390)가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1분기 실적 호조를 보였다. 계절적 영향을 덜 받는 공업용 페인트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이 실적을 견인했다.
삼화페인트는 23일 연결기준 올 1분기 영업이익 67억17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9.5%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116억3200만원, 당기순이익은 51억1400만원을 기록해 각각 23.6%, 132.5% 증가했다.
페인트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통용된다. 삼화페인트는 이를 극복하게 위해 10년 전부터 전자재료 플라스틱 페인트 개발을 시작해 공업용 페인트의 비중을 늘려왔다. 그 결실이 실적으로 보답됐다.
현재 삼화페인트의 제품군 중 건축용 페인트와 공업용 페인트의 비중은 각각 35%, 45%로, 공업용 페인트가 더 높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건축용 페인트는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문제점이 있다"며 "전방산업의 중간소재로 사용되는 공업용 페인트 비중이 늘어나며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공업용 페인트를 생산하는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법인 실적이 늘어난 점도 긍정적 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화페인트는 매출 증가에 따른 외형적 성장 외에도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며 질적 성장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재료 플라스틱 페인트는 건축용과 기타 공업용 페인트보다 마진이 높아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업용 페인트가 이끈 1분기와 달리 2분기는 건축용 페인트도 가세할 예정이어서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계절적 성수기가 도래하는 것에 더해 오랜 기간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도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긍정적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국내 아파트 입주물량이 전년 대비 36.5% 증가한 28만5000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법안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리모델링 수요 증가로 B2B는 물론 B2C 매출 신장도 기대된다.
삼화페인트는 관계자는 "'아이사랑'과 '더클래시 아토프리'란 브랜드를 갖고 있고, 지난해 말에는 '홈앤톤즈' 매장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며 "연중 편차가 없는 공업용 페인트와 성수기에 진입한 건설용 페인트의 쌍끌이 성장으로 2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삼화페인트는 꾸준한 경영실적에도 불구,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해 4월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관련해 고(故) 윤석영 공동대표의 부인 박순옥씨와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씨는 지난해 삼화페인트 외 1인을 상대로 200억원 규모의 BW 발행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기선은 박씨가 잡았다. 지난달 17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사채 발행이 원고 등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해 사채 발행은 무효이며, 소송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삼화페인트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5일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김장연 삼화페인트 대표가 회사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BW를 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BW는 지난해 7월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위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한 것"이라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기 때문에 어떠한 의견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는 지난 1946년 공동창업주인 고(故) 김복규 회장과 고(故) 윤희중 회장이 공동경영을 해오다 창업주 2세인 김장연·윤석영 공동대표 체제로 넘어왔다. 하지만 윤 대표가 지난 2008년 갑작레 사망했고, 현재는 김 대표 단독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