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26일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따른 영향을 현지 판매단가 인상 등을 통해 상쇄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매출액은 약 4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1월 평균 1064.75원이었던 환율은 이달 들어 1021.5원까지 급락하며 40원 이상 환율이 하락했다. 현재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1조6000억원 상당의 자동차 매출이 환율로 인해 사라지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완성차 수출 대수가 309만대로, 전년(317만대) 대비 2.7% 줄었음에도 수출액은 486억5000만달러로 전년(472억달러) 대비 3.1% 증가했다. 평균 수출 가격이 5.7% 오르는 등 해외에서 완성차 메이커들이 제값받기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함과 동시에 환율의 안정성 덕도 봤다.

 

자동차 부품도 해외로의 공급확대 등으로 수출액이 5.7% 늘어나며 사상 최초로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올 들어 환율이 급변하면서 완성차는 물론 부품산업까지 타격이 불가피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기아차는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올 초 연 평균 환율을 1050원 선으로 설정하고, 그에 맞는 경영 목표를 수립했다.

 

더욱이 환율 하락으로 매출액 및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신차 및 미래 신기술에 대한 지속 투자가 어려워지는 데다 마케팅 비용 역시 감소가 불가피해질 전망이어서 이래저래 어려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또 올 하반기 이후 엔저 기조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들과의 경쟁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경우 이미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주요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육박했던 지난해 닛산은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2.7~10.7% 인하한 바 있다. 토요타도 엔저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 미국시장에서 모델당 평균 2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가격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닛산은 올해 4월까지 미국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13% 늘었으며, 도요타도 2.1% 증가했다.

 

원·달러 하락으로 이미 국내 수출 제조기업들은 채산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측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환율 하락세가 가속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면서 “미국 연준이 IT버블 붕괴, 9.11 사태 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2004년 하반기와 유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소는 이어 “따라서 국내 수출기업은 원화 강세 기조의 장기화 및 환율 900원 시대에 대비해 원가절감 및 내부 효율성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정부차원에서도 국내 경제 및 산업 전반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환율의 안정성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