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우크라이나 대선 마무리..유럽에 데탕트 오나

입력 : 2014-05-28 오전 7:23:00
[뉴스토마토 윤석진 기자] 앵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가 비교적 조용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재벌인 페트로 포로센코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이번 선거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감이 누그러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신냉전이 재발할 것이란 우려 대신 데탕트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는데요.
 
포로센코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고, 실제로 그가 동부 소요 사태와 러시아와의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을 만한 인물인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 국제부 윤석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우크라이나 대선이 잘 마무리되었는데요. 먼저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90%가량 개표가 진행됐을 때, 페트로 포로센코 후보는 54%란 높은 지지율을 얻어 다른 후보들을 큰 표차로 따돌렸습니다. 포로센코는 모든 지역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는데요. 최대 라이벌로 꼽혔던 율리아 티모센코도 1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율을 얻은 포로센코는 결선투표 없이 바로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포로센코가 2차 투표 없이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란 말씀인데요, 포로센코는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네 포로센코는 우크라이나에서 초콜릿 왕으로 통하는 기업가입니다. 그는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인 로셴의 창업자로 크고 작은 사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그런 만큼 일을 처리할 때 실용적인 방식을 선호하는데요. 주요 외신들은 그를 소개할 때 '실용주의자'란 표현을 많이 씁니다. 중재자로 통하기도 하지요.
 
포로센코는 성공한 기업가인 동시에 정치가 이기도 한데요. 정치 경력만 15년에 달합니다. 지난 1998년 당시 사회민주당 의원으로 정치계에 첫발을 들여놨습니다.
 
정치성향을 보자면 친서방파로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경선 때도 유럽과의 통상무역을 늘려 침체된 자국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고요.
 
앵커: 성공한 기업가에 정치 이력까지, 경력이 아주 화려한 인물이 우크라이나를 통치하게 되는군요. 그런 만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좀 완화될 것으로 보시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학자들은 우크라이나 긴장감이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의 실용주의 성향 때문인데요.
 
기업가 출신답게 그는 무조건 서방 쪽만 두둔하지 않습니다. 친러시아계 인물도 고루 알고 있어 러시아와도 연줄이 닿아있습니다. 포로센코는 이런 장점을 살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러시아 정부도 포로센코의 당선을 간접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선거 결과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키예프 정부 대표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동부 분리주의 세력이 반정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양측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데요. 선거 때도 동부 지역은 투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루한스크 12개 지역 중 딱 2곳에서, 도네츠크 22개 지역 중 7곳에서만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러시아나 동부 시위대가 반쪽짜리 선거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지요.
 
이처럼 이번 선거를 부정하고 있는 반정부 인사들은 어제 도네츠크 공항을 점거하는 등 무력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동부 분리주의 세력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만약 동부의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다면 애써 이룬 서방과 러시아의 평화구도가 깨질 수 있습니다.
 
앵커: 금융권은 우크라이나 선거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데다가 천연가스 관이 지나고 있어, 그동안 글로벌 증시와 상품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선거가 무사히 종료됐다는 소식이 나간 이후 각국 증시는 상승했습니다. 우크라이나 PFTS지수는 어제 4.9% 폭등하며 주요 90개국 증시 중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유럽도 긍정적으로 화답했습니다. 스톡스 유럽 600지수는 어제 0.6% 올라 지난 2008년 1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 선물은 0.4% 상승했고 러시아 미섹스 지수는 0.7% 오르면서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지난 1월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반면 영국 브렌트유 선물은 전자거래에서 0.2% 하락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에는 좀 이르다며, 동부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앵커: 역시 동부 분리주의자들이 시장에 변수로 남아있군요. 그렇다면 다른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나요?
 
기자: 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까진 서방과 러시아 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선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서방의 추가 제재를 피하고자 일단은 선거 결과를 수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러시아 유라시아 프로그램 부대표인 제프 맨코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히틀러처럼 행동하진 않을 것"이라며 "서방의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과 우크라이나 간에 가스 공급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 또한 긍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동부 시위로 긴장감이 커질 여지가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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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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