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고무 업계, 타이어 판매량 증가에도 '울상'

공급과잉에·전방수요 침체..수급 불균형의 '늪'

입력 : 2014-05-28 오후 7:18:09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합성고무 업계에 드리워진 침체의 그늘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전방산업인 타이어의 판매량은 차츰 늘고 있지만, 합성고무 제조사들의 회복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과잉 문제도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수요 개선은 더딘 데 반해 천연고무의 공급량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타이어의 주원료인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BR)의 5월 셋째주 거래가격은 톤당 1775달러로 나타났다. 합성고무 가격은 이달 초 톤당 1775달러로, 전달 대비 1.6% 오른 뒤 3주째 정체다.
 
SBR은 지난 2011년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올 1분기 톤당 거래가격은 187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1% 급락했다. 2011년 3분기 톤당 430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반토막 이상 주저앉았다.
 
다만 전방이 숨통이 트이면서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세계 3대 타이어 제조자인 미쉐린은 지난 4월 북미 시장에서 승용차용 교체 타이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유럽과 중국에서 승용차용 교체 타이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 10% 증가했다.
 
그럼에도 합성고무 업체들은 하나같이 전방산업의 회복을 체감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타이어 판매량이 늘었지만, 원료를 공급하는 합성고무 업체들이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아직까지 수요 회복에 대한 강한 신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금호타이어 홈페이지.
 
합성고무 가격이 수년째 바닥을 치는 주된 요인은 전방산업의 위축과 합성고무의 공급과잉으로 압축된다.
 
무엇보다 최전방인 자동차 산업이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는 타이어 업체는 물론 합성고무 제조사들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쳐 관련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합성고무와 대체재 관계인 천연고무의 공급량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더 러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천연고무의 공급과잉 규모가 65만2000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라오스에 심은 고무나무에서 수확이 본격 시작되면서 공급량이 급증했다. 이에 더해 세계 최대 고무 생산국가인 태국이 올해 20만톤 규모의 재고를 처분할 계획이다.
 
국내 합성고무 제조사인 LG화학(051910)금호석유(011780)화학 역시 업황 침체를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현재 SBR 공장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80~90%대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판가 하락으로 제품 마진은 악화됐지만, 아직 가동률 조정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성을 쫓아갔다가는 시장 점유율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분간 합성고무의 수급 불균형과 전방산업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합성고무 제조사들은 당장 가동률 조정에 나서기보다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보다는 시장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합성고무 수요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쯤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방산업의 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면서 "당장 수익성 개선에 나서기보다 시장점유율 확대에 방점을 찍으며 업황 회복 시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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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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