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앞둔 현대증권, 잇단 계열사 지원 문제없나

3개 계열사 872억원 규모 지원..1분기 매출액 16% 수준
현대그룹주 주가 약세..현대엘리베이터 '52주 신저가'

입력 : 2014-05-29 오후 4:55:38
[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현대그룹 자구안에 따라 매각을 앞둔 현대증권(003450)이 최근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사채를 인수하는 등 계열사 지원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엘앤알주식회사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61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현대증권은 이를 모두 인수했다.
 
앞서 현대증권은 지난해 12월 현대유엔아이의 유상증자에 200억원 규모로 참여했고, 지난 3월에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도 62억원 규모로 참여한 바 있다.
 
현대증권 3개 계열사에 대한 지원규모는 872억원으로 올해 1분기 매출액의 16%에 달한다.
 
업계는 매각 예정인 현대증권이 이처럼 현대그룹 계열사 지원에 나서는 것을 두고 구조조정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증권의 계열사 지원이 자본시장법상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금융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검토 결과 특수관계인 등에 대한 현대증권의 전체 지원규모가 자기자본의 7%대로 자본시장법 34조에서 규정한 자기자본의 8%를 넘지 않아 아직 관련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이번 사채 인수건이 법과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고 자금 투자 개념"이라며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매각이 이뤄진다면 바로 회수가 가능해 오히려 윈윈(win-win)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증권의 현대엘앤알 사모사채 인수의 경우 담보가치가 의문시 되는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인수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엘앤알은 2012년 3월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주주는 현대상선(49%), 현대엘리베이터(23.1%), 현대로지스틱스(23%), 현대증권(4.9%)으로 구성돼있다.
 
현대엘앤알은 현대증권에 반얀트리호텔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과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발행 보통주와 상환우선주, 외환은행 예금채권 등을 담보로 제공한다고 20일 공시했다.
 
하지만 현대엔앨알은 2년간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640%, 누적결손금은 327억원에 이른다.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경제개혁연대는 "담보로 제공된 에이블현대호텔리조트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과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발행주식은 회사의 자본잠식으로 가치가 낮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200억원은 이미 담보제공상태이기에 현 시점에서 담보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소식에 이날 주식시장에서 관련주의 주가도 대체로 하락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상선(011200)은 전 거래일보다 3.41% 내렸고 현대엘리베이(017800)는 5.8%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자문사로 현대증권의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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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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