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일부 차종은 “없어서 못 파는 차”라는 수식어를 달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108) 대비 3%포인트 하락한 105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102)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국내 주택경기의 회복 지연으로 올 1분기 가계부채가 3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전반에도 경기 침체의 그늘이 드리워진 가운데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쏘나타’,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 르노삼성 ‘QM3’ 등은 뛰어난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판매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사진=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는 지난달 2730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36% 판매량이 증가했고, 5월까지 누적판매 역시 1만6775대로 전년 대비 198.8% 급증했다. 지난 3월 출시한 LF쏘나타 역시 지난달 1만368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63.6% 판매량이 성장했다.
제네시스와 쏘나타를 제외하면 현대차 승용부문 전 차종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판매실적은 더욱 눈에 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는 월 4500대가 출고되며, 내수와 수출물량을 책임진다. 시장 상황에 따라 내수와 수출 모델의 생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종마다 다르다.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두 달 가량 대기가 밀려 있는데, 이전 모델이 출시 당시 대기기간이 보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서울 서초 남부지점과 사당지점에 문의한 결과 가장 인기 있는 제네시스 330 프리미엄의 경우 대기기간은 4주 정도로 나타났다. 쏘나타는 대기기간이 더 짧았다. 스마트 2.0 모든 라인업(옵션 포함)이 1~2주 정도면 받아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생산량의 차이 때문이다.
◇르노삼성 QM3.(사진=르노삼성)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던 르노삼성의 경우 소형 SUV ‘QM3’의 판매실적이 단연 돋보였다. 예약판매 완판의 행진이 실제 판매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달 QM3는 2161대가 판매되면서 전월 1445대와 비교해 49.6% 판매량이 늘었다. 전량 유럽 스페인에서 수입되는 QM3는 올해 수입 물량을 최대 2만대까지 잡고 있다.
지난 4월 1400대, 지난달 2161대를 수입했으며, 대기기간은 평균 3개월 정도다. 다만 일부 트림과 색상의 경우 옵션에 따라 대기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르노삼성 신촌지점 관계자는 “블랙 바디에 오렌지 루프의 경우 현재 전국에 20~25대 잔여 물량이 있어 이달 중 받아볼 수 있다”면서 “가장 인기 모델인 아이보리 바디에 블랙 루프는 3~4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 역시 없어서 못 파는 차다. 지난 3월 출시한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은 올해 연간 예상 판매량 2000여대에 대한 계약이 모두 끝났다.
지난 3월 보름간 200대, 4월 400대, 지난달 600대가 판매됐는데, 엔진과 변속기를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하다 보니 물량 증대에 한계가 있다. 대기기간은 역시 3~4개월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해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올해 업체마다 신차 라인업이 적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일부 인기 차종에 쏠리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