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저가수주 여파에 이어 올해는 수주실적이 급감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선을 중심으로 발주가 대거 이뤄진 데다, 중국 등 경쟁국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전략품목인 해양플랜트 등 해양설비의 발주가 크게 줄면서 수주실적과 수주금액 모두 줄었다.
다만 LPG선 분야에서는 올 현재 발주 대부분을 국내 조선3사가 수주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4일 국내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조선3사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총 140억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7억달러에 비해 25.1% 감소한 수준이다.
조선소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은 올 5월까지 누적기준 82억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동기(116억달러) 대비 29.3% 줄었고, 대우조선해양은 19억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동기(41억5000만달러) 대비 54.2% 급감했다.
삼성중공업만 지난해 30억달러에서 올해 39억달러로 30% 증가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 초부터 신규 수주가 급감하면서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수주 순위에서 일본에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월별 수주량이 일본에 뒤진 건 지난해 1월 이후로 1년3개월 만이다.
지난 2월에는 추가 선박 옵션이 발효되면서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수주실적이 급감하면서 3위까지 순위가 추락했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우위를 보였던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상선의 발주가 줄고, 상선에 비해 가격이 비싼 해양설비의 수주에 실패하면서 수주 선박 수와 금액 면에서 모두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한편, LPG선 수주에서는 국내 조선3사가 올 5월까지 발주된 전체 LPG선 중 62%를 수주하며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이를 국내 조선소 전체로 확대하면 85%에 육박한다.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5월 말까지 전 세계 LPG운반선 발주물량은 총 52척으로 이중 국내 조선소가 44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이 22척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조선해양이 10척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현대미포조선이 9척, STX조선해양이 3척을 수주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8만4000㎥급 초대형가스운반선(VLGC)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스운반선은 강한 냉각장치와 특수 방열공사가 필요해 일반 상선에 비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가스운반선 건조 경험이 많아 다른 선종에 비해 수주경쟁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LPG 운반선의 항해 모습.(사진=대우조선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