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민희,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책임감

입력 : 2014-06-06 오후 12:46:23
◇김민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딸이 죽었다. 그것도 머나먼 타지에서. 가기 싫다며 울고 불고 하는 아이를 말도 걸기 싫은 남편 손에 붙잡아 보냈다가 변을 당했다. 그러고는 딸의 유치원 시절 비디오를 보면서 꾹꾹 참았던 오열을 쏟아냈다. 극중 장동건도 스크린 밖의 관객들도 이를 보면서 숨을 죽였다. 영화 '우는 남자'에서 가장 인상 깊은 명장면을 만든 그는 배우 김민희다.
 
"(김민희는) 알에서 깨어난 것 같다"는 장동건의 표현이 옳다. '화차'를 통해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은 김민희는 '우는 남자'에서도 그 기대감을 만족시킨다.
 
모델 출신 하이틴 스타에서 이제는 어엿하게 여배우의 아우라를 풍기는 김민희를 지난 2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칭찬을 받을 수록 책임감이 더욱 생기는 것 같다"는 김민희는 "나이를 먹을수록 연기에 대한 내공이 쌓이는 것 같다"며 숫자가 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김민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칭찬, 고마운만큼 책임감 생겨"
 
작품 외적으로 김민희에 대한 정보는 적다. 모델 출신으로 배우를 시작했지만, 예능 출연이 적고 팬들과 만남을 자주하지 않아 데뷔한지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신비함이 유지된다.
 
늘씬한 몸매에 상냥한 미소와 무뚝뚝한 무표정을 오고가는 외모의 신비함, 김민희는 이를 활용해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에서 맹활약을 보여왔다.
 
KBS2 <굿바이 솔로>에서도, 영화 '화차'에서도 그랬다. 이번 <우는 남자>에서는 그런 특기가 더욱 강화됐다. 능력있는 펀드회사의 이사이자 딸을 잃은 엄마의 모성애를 마음껏 표현해 냈다. 그 감정선이 진정성있게 전달돼 보는 이의 가슴을 친다.
 
"제가 봤을 때 모경은 아픔을 억누르다가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적인 사람이라기 보다는 좀 더 이성적인 여자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집에서 아무도 안 볼 때 혼자 터져나오게 연기했어요."
 
죽은 딸 아이의 비디오를 보면서 TV를 붙잡고 '꺽꺽' 소리를 내며 우는 모경 장면이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었다고 한다.
 
김민희는 이에 대해 "감정의 폭이 가장 크고 솔직한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장면이었다. 진실되게 전달되길 원했다. 그 아픔을 전달하고 싶어서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유독 배려해준 이정범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OK 컷 소리도 안하고 촬영감독님을 따로 불러서 조용조용히 촬영했다"고 말한 김민희는 "감독님께서 배우의 감정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내 옆으로 오지도 않았지만 보호받는 느낌이었고,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현장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현장보다도 좋은 추억이었다"고 한다.
 
올해 나이 서른 두살. 적지 않은 나이다. 10대에 잡지 모델로 데뷔해 벌써 10여년 동안 연예인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최근 모든 작품에서 엄청난 극찬을 받고 있고 연기적 측면에서 성장세도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김민희는 자신의 연기는 <굿바이 솔로> 때 큰 발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노희경 작가 역시 '굿바이 솔로'에서 김민희의 연기에 대해 "흠 잡을 곳이 없다"고 극찬한 바 있다.
 
김민희는 "<화차>는 큰 사랑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굿바이 솔로>가 기억에 남고, 그 때 배운게 많다"며 "요즘에는 연기가 정말 어렵다고 생각되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칭찬 받을수록 책임감이 더 생기고, 울림을 줘야겠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만큼 더 집중하게 된다."
 
이어 "나이를 먹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것은 큰 장점이다. 예전에는 어린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현재 내 모습이 더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민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년에 한 작품이면 많이 나오는 거 같은데"
 
2년 전에는 <화차>, 지난해에는 <연애의 온도>, 올해는 <우는 남자>다. 1년에 딱 한 작품씩만 한다. 드라마 출연도 없었다. 더 자주 그녀의 연기를 보고 싶은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예능에 출연하지도 않는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못 나가겠다"고 활짝 웃는 김민희. 무슨 말인지도 알겠다. 유머감각이 그리 뛰어난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웃기려는 의지도 많지 않아보였다. 또 예능에 나와 신비감을 잃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좀 아쉽다. 더 많이 보고 싶다. 작품 수를 늘릴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그래도 1년에 한 작품이면 많이 찍는 거 아닌가요? 요즘 시나리오가 대부분 남성 위주의 작품이라 여배우들이 나올 만한 게 없어요."
 
그렇기도 하다. 여배우들 대부분이 지극히 남성위주로 작품들이 쏟아지는 것에 수 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조민수도 하지원도, 엄정화도 아쉬움도 그랬고, 김민희도 마찬가지다.
 
그 와중에서도 옥석을 골라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화차>나 <연애의 온도>도 호평을 받았고, <우는 남자>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김민희는 잘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희는 시나리오를 고르는 것에 대해 "까다롭다. 다 본다"고 말했다. "뭘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없지만, 시나리오만으로 큰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아서 폭이 좁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나는 운 좋게 꾸준히 작품을 잘 만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이정범 감독이 다시 하자고 하면 할 것인지.
 
그는 "음~, 봐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이런 까다로움이 그녀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희는 "어둡고 깊은 연기를 했을 때 더 반응이 좋은 것 같다"며 "사랑을 받았던 역할들이 대부분 가볍고 재밌는 거 보다는 어두운 캐릭터였고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 작품마다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김민희는 '차기 전도연'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배우다. 연기적인 면에서 자연스럽고 감정선도 절제의 미를 보여주며 과잉이 없다.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영화가 될 것 같다"는 김민희. 이번 작품으로 풍성한 연기력으로 한층 호평을 받는 여배우로 성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민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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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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