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반대 여론에 밀려 주춤하던 사업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의료 영리화논란을 겪었던 의료법인 부대사업 허용문제는 관련규정 개정안을 내 놓는 등 공을 국회로 완전히 넘겨버렸고, 주민 반대에 막혀있던 밀양 송전탑공사도 강경모드로 돌입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눈치를 보던 정부가 갈등유발 정책을 다시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11일부터 의료법인의 부대사업과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공사를 반대하던 농성장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25회 국무회의를 열었으며,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료법인의 부대사업과 이를 위한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News1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법인이 생필품·식품판매업 등 영리사업을 병행하고 이를 위한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정부는 올해초 계획을 세웠지만 의료계 파업과 세월호 침몰 후 규제완화 정책이 도마에 오르면서 지금껏 진척을 보지 못했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 역시 울산 신고리 원전3·4호기에서부터 경남 창녕군 변전소까지 송전선을 잇는 국책사업이지만 탈원전 운동과 주민들의 공사반대 농성이 장기화되고 시민단체가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진퇴양난에 빠져있었다.
여론때문에 꿈쩍 못하던 정부의 태도가 6·4 지방선거 직후 돌변했다. 선거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의료법 개정안을 냈으며, 밀양에는 행정대집행 영장을 내밀고 반대주민들을 강제로 밀어내고 공사를 재개했다.
보건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움직임도 눈에 띈다.
복지부는 흡연자들의 반발과 물가상승 우려 등으로 쉽게 공론화하지 못했던 담뱃값 인상문제를 12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값의 세금 인상 권고를 받아들여 담뱃세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년간 담배가격이 오르지 않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담뱃값 인상이 예상된다.
◇11일 밀양 공무원과 경찰, 한국전력 직원들이 경남 밀양시 고답마을 115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공사 반대의견을 가진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움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News1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정책들을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대입장에 있던 민심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끓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서 의료계는 문형표 복지부 장관을 의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밀양 송전탑반대대책위는 장외투쟁으로 농성을 확산,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정부는 세월호 참사 후 규제완화에 대한 비난이 일자 의료법 개정을 늦췄다"며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구하던 선거가 끝났고 세월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조금씩 사라지자 다시 칼을 빼 들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엽합 역시 주민과 소통을 중시한다는 정부가 밀양에서 막무가내 철거를 진행하는 데 대해 "주민과 대화·타협 없이 강행된 송전탑 공사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는 커녕 공사 강행만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한국납세자연맹 측도 "매우 (소득)역진적인 담뱃세를 올리는 것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다양한 직업·계층의 의견을 조율해 신중히 결정하는 데 정부는 조세수입 확보에만 혈안이다"며 "국민이 가격 인상에 동의하도록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