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폭발기, 인재들이 몰린다"

입력 : 2014-06-15 오후 2:42:09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지난 1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창업열풍을 고생대 ‘캄브리아기’로 묘사했다. 당시 다양한 생물군이 등장했던 것과 유사하게 우후죽순 스타트업(벤처 초기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또한 마찬가지. 스펙 좋은 구직자부터 대기업 경력자, 각 분야별 전문가까지 수많은 인재들이 벤처업계에 몰리고 있다. 이들은 충분히 높은 연봉과 좋은 복리후생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험한 길을 택했다. 무엇 때문일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자아실현은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다. 일반회사에서는 개개인 업무취향에 따라 직무를 부여할 수 없으며 조직논리가 우선시 된다. 하지만 창업을 한다면 평소 구상하고 동경했던 것을 할 수 있다.
 
황희승 브레인커머스 대표는 이것이 벤처사업을 하는 매력이라고 말한다. 황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고민할 때 동료들이랑 가장 먼저 논의하는 것은 ‘흥미’에 대한 부분”이라며 “벤처는 하고 싶은 것을 직접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즐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황희승 브레인커머스 대표(사진=뉴스토마토DB)
 
그는 그루폰코리아와 로켓인터넷코리아 등을 설립한 바 있으며, 지금은 기업정보사이트 ‘잡플래닛’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다양한 창업경험을 쌓아 업계에서는 ‘벤처중독자’로 통한다.
 
◇“빡빡한 직장생활은 싫어”
 
큰 조직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면 허드렛일과 같은 작은 업무부터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고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하루하루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빽빽한 직급체계와 판에 박힌 일과보다는 자유롭고 젊은 분위기가 넘치고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최형우 전 판도라TV 대표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때 대기업 특유의 답답한 분위기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높은 자율성을 부여해주겠다는 말로 접근한다”며 자신만의 채용 노하우를 귀뜸했다.
 
◇“더 나은 커리어를 설계한다”
 
경력자가 스타트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는 대신 최첨단 산업 트렌드를 익히고 직급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전망 좋은 회사에 들어가 성장을 주도한다면 내부 핵심인력으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나중에 이직에도 도움이 되는 레퍼런스(참조물)을 만들 수 있다.
 
◇ 티켓몬스터 창업초기 역삼동 사무실, 신현성 대표() (사진=뉴스토마토DB)
 
카카오와 티켓몬스터가 각각 메신저와 소셜커머스라는 사업 아이템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을 당시 네이버, 다음, 이베이 등 대기업 직원들이 대거 합류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회사에 계속 남아있어 봤자 딱히 비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새롭게 떠오르는 신생기업에 몸을 맡겼다.
 
다행히 두 회사는 ‘친정’ 못지 않은 규모를 가진 사업체로 성장했으며 현재 인터넷산업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료와의 유대감 때문에”
 
스타트업에서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많다. 가진 게 없으니 차별과 경쟁이 덜하고, 늘 힘든 상황에 직면해 팀원 간의 정은 끈끈해진다.
 
그리고 원대한 꿈을 함께 꾸는 것만으로도 야근의 부담은 사라진다. 동료보다는 동지라고 해야 할까.
 
코스닥 상장사 포인트아이의 창업자이자 현재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LBSNS) 씨온을 운영하고 있는 안병익 대표는 “벤처사업을 하는 데 유대감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전 회사직원을 창업멤버로 영입했으며 건전한 조직문화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 안병익 씨온 대표(사진=씨온)
 
◇“더 많이 고생하고 더 많이 가져간다”
 
일확천금의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1조원 이상 자산가’라 불리는 김정주 넥슨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도 사업을 하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 혹은 교수였다.
 
창업자로서 지분 다수를 소유하고 있거나 스톡옵션 및 증여를 통해 주식을 갖고 있다면 나중에 기업공개나 M&A가 이뤄졌을 때 큰 차익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벤처업계에 자본이 몰리면서 자금회수(EXIT) 사례 또한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 물론 이것이 사업목적 자체는 아니겠지만 강력한 동기유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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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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