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도자기 업황 부진으로 실적악화에 시달리던
행남자기(008800)의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각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유상증자, 신규사업 진출에 이어 경영권 매각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는 최근 최대주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과 관련해 경영권 매각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경영권 매각 추진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대량으로 지분을 팔긴 했지만, 자사주를 포함한다면 실제 지배력은 40%를 넘는 수준"이라며 "최대주주 친인척들이 개인적 사유로 지분을 판 것이고, 일부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3대 경영인 김용주 행남자기 회장의 모친인 김재임 씨가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한 데 이어 동생인 김태성·홍주·태영 씨 등이 보유주식을 팔아 최대주주 일가가 총 124만5156주를 장외 매도했다.
매각 상대방은 경영컨설팅 회사인 이엘글로벌컴퍼니가 추천한 개인 투자자들로 알려졌으며, 이로써 김용주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측 보유 지분율은 58.68%에서 38.06%로 감소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오너 일가인 김태수·태우 씨도 각각 지분 0.36%와 0.01%를 팔았다. 매각 단가는 모두 3000원이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투자자를 유치해 신규사업을 모색하는 절차로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너 지분 20%가량을 인수한 개인을 상대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권 매각도 염두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자기업계에서는 업황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던 행남자기가 새로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해외브랜드 선호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외식 등이 늘어나면서 국내 도자기 브랜드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실제 행남자기는 지난 2011년 53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12년 460억원, 지난해에는 438억원으로 줄었다. 매출액 감소는 시장점유율 축소로도 이어져 2010년 초반 30%를 넘던 국내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25%로 축소됐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지난 27일 알린 바와 같이 제3자배정을 통해 자금조달과 신규사업을 검토 중이고, 이와 관련된 공시는 오는 26일 재공시할 예정"이라며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으로 취득한 현금 중 일부는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행남자기는 4대째 이어져 온 도자기업체로, 업계 내에서는 유일한 상장사다. 지난 1942년 선친인 김창훈 회장과 김준형 회장이 행남사를 창립해 생활자기를 생산했다. 1986년에는 김용주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며, 2012년부터는 김유석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