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이라크 진출 기업 안전간담회에서 기업 관계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외교부는 이라크내 상황에 따른 현지 기업 인력의 단계적 감축과 철수 준비 방안을 점검하고 현지 공관과 공유하는 방안 등을 점검했다.ⓒNews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이라크 정세가 내전 위기로 치달으면서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의 80% 이상을 중동에서 도입하고 있는 탓에 이라크 내전 사태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페트로넷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에서 총 2억4297만 배럴의 원유를 들여왔다.
원유 도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올 4월까지 9434만7000배럴을 수입했다. 이어 쿠웨이트(4400만배럴), 아랍에미리트(3039만4000배럴), 카타르(2680만9000배럴) 순으로 집계됐다. 이라크에서 수입된 물량은 2371만4000배럴로, 중동 국가 가운데 도입 규모로는 다섯 번째다. 중동산 원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생산국으로, 일일 생산량은 350만배럴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등이 이라크에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라크산 원유 도입 비중이 20% 정도이고, 현대오일뱅크는 7~8%선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낮은 1% 미만이다.
이들 정유사들은 당장 가시적인 타격은 없지만, 내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수출 기지가 내전 지역과 거리를 두고 있어 현재까지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원유 수출 터미널이 남쪽 지역에 위치해 있어 아직까지 내전 사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이라크 정국이 불안정한 만큼 현지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 역시 "원유 선적지가 내전 지역과 거리가 있는 곳에 있어 별 다른 피해는 없다"면서 "다만 내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 불가능해 현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라크 수니파 무장단체(ISIL)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모술을 장악한 데 이어 이튿날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까지 점령하면서 남진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ISIL의 점령에 따른 권력 공백을 틈타 키르쿠크 지역을 장악, 이라크 정국은 사분오열 됐다.
ISIL는 수도 바그다드로의 진입을 중단한 대신 지난 16일 북서부 시리아 접경 도시 탈아파르로 진격한 상황이다. 이날 이라크 정부군과 곳곳에서 교전을 벌이는 등 내전 사태가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라크 남부유전이 교전지역과 멀어 석유생산이 큰 차질 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국제 유가는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지난 16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09.27달러로 전날보다 0.24달러 하락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전일 대비 0.01달러 내린 106.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남부유전이 반군의 교전 지역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당장 원유 생산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 감소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3달 내 증산을 완료하면 150만 배럴 내외의 잉여 생산능력이 확보되지만, 이는 이라크 일일 생산능력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