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고소득 국민연금 가입자의 연금보험료가 오는 8월부터 최대 월 9000원 오른다. 국민연금 보험료 산정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이 현행 월 398만원에서 408만원으로, 하한액은 월 25만원에서 26만원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7월 소비자 물가와 가입자 소득 상승을 반영해 기준소득월액의 상·하한액을 조정한다. 가입자의 월급이 408만원이 넘더라도 상한액에 준하는 보험료를 내면 되고, 26만원에 못미치는 경우에도 하한액에 준한 보험료를 내도록 한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에게 연금보험료를 많이 걷으면 좋은 것 아닐까. 왜 국민연금에 상한액과 하한액이 있어야 하는 걸까.
◇소득별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 월 소득이 398만원 이상인 사람은 13.9%이고 0~125만원 미만인 경우는 36.5%로 가장 많다. (자료=국민연금공단)
◇상한액 높으면 재정 불안..낮으면 저소득층 이탈
국민연금연구원은 상·하한액의 설정 배경에 대해 "고소득자에게 과다한 연금급여가 지급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최대한 많은 저소득층에게 연금 혜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저부담·고급여 구조다. 소득 상한액이 높으면 공단이 보험료를 당장 더 받는 대신 나중에 연금 급여를 더 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재정이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 반대로 소득이 낮은 사람의 경우 하한액을 높이면 국민연금 가입 대상에서 이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한액과 하한액 기준을 모두 높여야 한다는 등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준소득월액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모두에게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800만원을 버는 사람의 소득도 400만원 수준으로 보기 때문에 연금액이 적어진다. 특히 내달부터 적용되는 기준은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4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이 87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에 고소득자로 인정된 국민연금 가입자는 전체의 13% 수준인 20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반대로 월 소득이 26만원인 사람의 경우 사실상 최저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공적부조 대상이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한다. 지난 1995년 설정됐던 하한액 22만원은 당시 최저임금 수준이었으나, 현재 하한액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인 108만원에도 미치지 못해 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월 기준 국민연금 급액별 급여 수급자 현황. 100만원 이상 받는 사람은 1.7%이고, 0~20만원 미만을 받는 가입자는 35.4%다. 20만~40만원 미만을 받는 사람이 41.7%로 가장 많다. (자료=국민연금공단)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이런 배경으로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하자는 주장과 상대적 고소득자도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하한액 26만원은 말은 공적부조 대상자인 사람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라는 것"이라며 "하한액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고 상한액은 800만원 정도로 높이면서 가난한 사람이 이익을 보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자가 연금 보험료를 적게 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고소득자가 더 내고 덜 받게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건강보험의 경우 보험료 부과기준인 월 평균보수월액의 상한액이 7800만원에 달한다.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은 납부한 건강보험료의 5배 혜택을 받아 소득 재분배 기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김 교수는 "고소득자는 소득비례 연금인 퇴직연금으로도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저소득층은 국민연금 이익도 적다"며 "상한액을 800만원으로 올리면 3% 정도 보험료 인상 효과가 있고 소득재분배 기능도 나타나 재정 안정 효과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소득층도 배려..보험료 인상 방안도 검토해야"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의 노후 소득도 배려해야 하며 국민연금 제도 개편에 앞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 등 다양한 공적연금 제도를 고려해 종합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한액 기준 인상에 동의하지만, 전제 조건은 재정 불안정 요인과 형평성에 대한 고려"라며 "이를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문제를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과거에 재정 안정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12%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은 소득 상한액 기준이 800만원에 달하고 소득에 비례해 연금을 받는데 국민연금 가입자는 세금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도입된 상태에서도 상대적 고소득층의 소득대체율만 깎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득에 비례해 연금액을 더 주는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국민연금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