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여야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싸고 지난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중재를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마련한 오찬 회담에 불참하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회법에 따라 의장 선출 후 현재는 당적을 상실한 상태다.
정 의장은 21일 국회 부의장들과 여야 대표·원내대표·5선 이상 중진을 국회 별관에 위치한 사랑재로 초청해 오찬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찬에는 새누리당 의원들 중 이인제 의원만이 참석했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7일 의장 주재 회담에도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새누리당 중진 중엔 김무성·서청원 의원은 선거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에 따라 당초 교착상태에 있는 원구성 협상 중재를 위해 마련된 이날 자리의 취지는 무색하게 됐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정 의장이 내놓았던 두 차례의 중재안을 모두 거부한 바 있다. 이날도 정 의장 주재의 오찬마저도 불참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완강한 입장을 드러내며, 정 의장의 새로운 중재안을 들어보지도 않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여야 중진의원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석현 국회 부의장,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정의화 국회 의장,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News1
정 의장은 이날 이완구 비대위원장의 불참을 애써 두둔하기도 했다. 그는 사전에 참석자들에게 "(이 비대위원장이) 잠깐 왔다가 간다고 했는데..."라며 "원내대표가 두 가지 역할을 하니 본인도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또 모두 발언에선 이날 오찬의 성격에 대해서도 당초의 '원구성 중재'가 아닌, '상견례'·'원로 회의체 구성 논의'로 설명하기도 했다.
'정보위원회 상설화'·'법안심사소위 복수화' 문제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대폭 양보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현재 '대기업 총수'의 국회 증인 소환에 예외 규정을 마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총수 대신 전문경영인을 출석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야당의 '국정감사 분리' 요구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함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원구성 협상 초반, 23일 국정감사 실시를 주장하며 '30일 이후 실시'를 주장하던 야당과 대치한 바 있다. 그러나 '23일 실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은 후엔 입장을 바꿔 이를 철회했다.
대신 ‘증인 채택 예외 규정’과 ‘중복감사 방지’를 위한 관련 규칙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관련 규칙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국감은 불가능하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대기업 총수 증인 채택 예외 조항'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민주화 추진이라는 당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의 주장은) 대기업 총수에게 청문회 프리패스를 주자는 내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법위의 성역을 인정하자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국정감사는 헌법상의 규정"이라며 "법률도 아닌 국회의 하위규칙개정 협상을 내세워 국감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의화 의장도 앞서 "국감 하는데 있어서 국민 누구나 증인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누구는 넣고 누구는 빼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