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둥 JD닷컴 CEO (사진=JD닷컴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명문대를 졸업한 20대 중반의 한 청년이 있습니다. 다니던 번듯한 직장도 그만두고 험난한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패기만으로 내 사업을 꾸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사업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사회적 분위기 탓에 부모님께는 3년이나 사실을 숨겨야 했고, 여자친구는 불안정한 삶을 택한 그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로부터 수 년이 지난 후 이 청년은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이 됐습니다. IT 기업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도 입성했습니다.
얼마전 끝난 한 드라마의 내용과도 흡사한데요, 요즘 중국에서 가장 '핫'한 기업인 중 한 명인 JD닷컴의 류창둥(劉强東, 영문명 리차드 류) 최고경영자(CEO)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평범한 배경을 가진 그가 중국 IT 업계의 라이징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결단과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성공기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베이징의 명문대로 꼽히는 인민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오로지 사업 자금을 위해 일본계 보험 회사에 취직을 합니다.
2년간 전산, 물류관리, 구매 등 다양한 업무를 닥치는대로 맡으며 2만위안(약 330만원)을 모았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촌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오늘날의 JD닷컴의 전신이 되는 회사입니다.
처음 그가 팔기 시작한 것은 CD나 DVD 같은 간단한 전자제품 이었습니다. 이후 취급 물품을 IT제품 전반으로 점차 확대하고 궈메이·쑤닝과 같은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업체들을 벤치마킹 해 가며 꾸준히 외형을 키워갔습니다.
중국 전역에 10여개의 체인점을 낼 정도로 순항하던 류창둥은 2003년 예기치 못한 시련에 닥칩니다. 바로 중국을 강타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인데요, 사람들은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외출 자체를 꺼렸고 손님이 급격히 줄어든 상점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순간 그의 사업적 감각과 과감한 결단력이 빛을 발합니다. 지인의 권유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요, 1년간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던 그는 온라인 시장에 향후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제2의 창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2004년 이후 JD닷컴은 연평균 2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693억위안에 달하며 2년 새 3배 이상 규모가 확대됐습니다. JD닷컴의 가입자 수는 6000만명을 상회합니다.
JD닷컴의 강점 중 하나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약속한다는 점입니다. 중국 전역의 86개 물류 창고를 기반으로 43개 주요 도시에서는 당일 배송이, 200여개 도시에서는 익일 배송이 가능합니다.
'중국의 아마존'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류창둥은 2011년 중국중앙방송(CCTV) 선정 올해의 경제 인물, 2012년 포춘지 선정 젊은 엘리트 경영인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하며 그를 주목하는 시선은 더 많아졌습니다.
올 초 인터넷 공룡인 텐센트의 지분 투자로 충분한 실탄까지 확보한 JD닷컴은 지난 5월 말 나스닥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예상 공모가인 16~18달러보다 높은 19달러에 신주를 발행해 총 17억8000만달러를 조달했는데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 중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을 기준으로 JD닷컴의 시가총액은 251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류창둥이 회사 주식의 21%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감안하면 그의 자산 가치는 50억달러(약 5조원)를 상회합니다.
2006년 류창둥에게 1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을 계기로 1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캐시 쉬 캐피탈투데이그룹 창업주는 "1등만 있고 2등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를 평가합니다.
반면 류창둥은 스스로를 "TV나 영화를 즐겨 보지도, 많은 사람들을 잘 만나지도 않는 심심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는데요, 업무 시간의 3분의 1을 백만명이 넘는 웨이보 팔로워들과 소통하는데 사용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구상을 게을리하지 않는 등 일에서는 매우 열정적입니다.
그는 또 "고객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안겨주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종종 말합니다. 얼마 전에는 창립기념일을 맞아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배달용 삼륜 오토바이를 몰며 베이징 시내를 직접 누비기도 했습니다.
◇최근 류창둥은 창립기념일을 맞아 배달원으로 고객을 찾아가는 이벤트를 했다.(사진=로이터통신)
류창둥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상거래 시장입니다.
중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아이리서치는 3년 내에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4조4500억위안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의 시장 규모는 1조8400억위안이었습니다. 이 중 모바일 상거래 시장은 아직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해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의 비교되는 것에도 "경쟁을 즐기고 있다"고 '쿨'하게 말하는 류창둥. "JD만의 스타일로 우뚝 서겠다"는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