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반올림 및 반도체공장 피해자 가족들의 두 번째 공식 협상이 시작됐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한 삼성측 교섭단 6명과 황상기(고 황유미씨 부친)씨와 반올림측 10명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구체적인 보상안 논의에 착수했다.
양측은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협상에 앞서 도착한 황상기씨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특별하게 할 얘기는 없다. (지난 번에) 반올림의 요구안을 제시했고 우리 측에서 제시했던 것들에 대해 삼성전자가 성실한 답변을 가져왔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측 대표인 백수현 전무는 "(반도체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상 범위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진정성을 갖고 돌아보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첫 공식 협상에서는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이 전향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 근로자에 대한 보상안과 재발 방지 대책, 활동가에 대한 고소 취하 등을 진행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제기한 15건의 고소 중 취하된 것은 4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논쟁이 예상된다. 반올림에 따르면 취하되지 않은 나머지 11건 중 3건은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8건은 여전히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반올림은 8건의 고소도 취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삼성은 이번 교섭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불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8건은 피해자 가족이나 반올림 활동가가 아닌, 이들과 연대한 삼성일반노조 등 제3자에게 제기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올림은 이날 진행되는 3차 교섭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나머지 고소를 취하해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동일한 사안에 일부 고소만 취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반올림과 일부 언론에 알려진 바와 달리 공식적으로는 2차 협상이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첫 협상이 위임장 문제를 놓고 격돌함에 따라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전 끝에 결렬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이번 협상을 두 번째 공식 협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