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수입차의 공세에 끝없이 밀리던 국내 완성차 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선봉은 디젤 세단이다. 말리부에 이어 SM5가 디젤로 재탄생했고, 내년에는 쏘나타까지 가세한다. 그랜저도 디젤로 출시되며 시장 유인에 나섰다.
문제는 현대차를 제외하고 완성차 업계가 자동차의 심장부인 엔진을 유럽산에 의존하고 있어 수요를 따라가기도 버거운 실정에 있다. 주문은 밀려드는 데도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괴리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7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국내생산 최초 디젤 세단인 '말리부 디젤'은 출시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엔진과 트랜스 미션(변속기)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 확보가 힘든 탓에 월 700대 정도가 최대 공급 가능하다.
말리부 디젤은 디젤의 본고장인 독일 오펠사로부터 2.0리터급 엔진을, 또 일본 아이신사로부터 AW 변속기를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조립·생산한다. 검증된 엔진 조합을 사용한다는 점은 시장의 인기로도 이어졌다. 벌써 2014년형 모델이 완판됐고, 현재 2015년형 사전 계약을 받고 있을 정도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말리부 디젤이 예상보다 워낙 인기가 높고 계약자가 밀려있어 엔진과 미션(변속기)의 수입을 배편에서 항공편으로 바꿨을 정도"라며 "대기자가 밀려 있어 이르면 8~9월경에야 2015년형 모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사진=한국지엠)
지난 3일 론칭한 르노삼성차의 SM5 D 역시 유럽산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어 수급 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 측은 이 같은 시장의 관측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출시행사 당시 "월 800~1000대 정도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엔진과 변속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800대 이상의 엔진과 변속기의 수급은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르노삼성 측은 소비자들이 말리부 디젤에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보이면서 SM5 D 출시 전부터 엔진과 변속기 확보에 만반의 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디젤 열풍과 QM3의 놀라운 판매 실적에 르노그룹 본사 측에서도 엔진 물량 할당을 최대한 보장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SM5 D에 탑재되는 르노의 1.5 dCi 엔진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대부분의 디젤 자동차들이 탑재하고 있어 연간 수십, 수백만대의 물량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과 분배가 매우 유동적이어서 국내 수급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랜스미션은 독일 게트락사의 DCT(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를 사용하고 있는데,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르노삼성 SM5 D.(사진=르노삼성)
디젤 엔진을 독자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005380)도 향후 물량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랜저 디젤에 적용된 똑같은 엔진이 싼타페 등 주요 차종에도 탑재되고 있는 데다, 현대차가 향후 디젤 차종을 속속 론칭할 계획을 밝힌 만큼 디젤 엔진의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차세대 디젤 라인업에는 쏘나타와 제네시스, AG(프로젝트 명)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특히 현대차의 오늘을 있게 한 대표적 볼륨 모델인 쏘나타는 내년 디젤 모델 출시를 확정 짓고 막바지 점검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