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우성 “데뷔 20년 되니 뭔가 보여”

입력 : 2014-07-10 오전 11:28:52
◇영화 <신의 한수>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사진=쇼박스)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난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배우 정우성. 그동안 국내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로서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데뷔 20년째를 맞은 그가 영화 <신의 한수>로 돌아왔다.
 
내기 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은 뒤 누명까지 쓰고 교도소에 간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의 복수를 그린 영화. 지난 3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트랜스포머:사라진시대>까지 제쳤다.
 
<신의 한수>가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선 것에 대해 정우성은 “이렇게 빨리 좋은 반응이 올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개봉 첫날부터 그렇게 됐다고 하니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의 한수>의 개봉과 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촬영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우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정우성과의 일문일답.
 
◇배우 정우성. (사진=쇼박스)
 
-<신의 한수>는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다. 대중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소재고,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내가 바둑을 모르는 상태에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바둑의 특성을 넘어서 오락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재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덮었는데 뒤가 궁금하기도 했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느낌이 영화에 잘 맞을 것 같았다.
 
-영화 촬영 중 바둑 연습은 어느 정도 했나.
 
▲처음에 바둑 고수를 만나서 바둑 용어 등에 대해 들었는데 바둑을 배워보고 싶었다. 그런데 바둑을 빨리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했더니 바둑은 그렇게 쉽게 가르칠 수 없으니 흥미가 있으면 동네 기원에 가서 천천히 배우라고 하시더라. 배우는 짧은 기간 안에 뉘앙스를 표현하는 직업이지 않냐. 그래서 착수(바둑판에 바둑돌을 두는 것) 연습을 했다. 착수는 배구로 치면 얼마나 강력한 스파이크를 넣느냐와 같은 것이다. 내가 맡은 역할이 전직 프로바둑기사이기 때문에 바둑알을 갖고 논 시간이 엄청날 거라 생각했다. 내가 프로 바둑기사와 같은 바둑 실력이 없으니까 착수가 가장 중요했다.
 
-<신의 한수>에서 멋진 액션신을 보여줬다. 액션신이 힘들진 않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지금까지 액션신을 찍었던 영화 중 제일 편안했던 것 같다. 운동과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체력적인 한계를 덜 느꼈다. 상대를 가격하는 장면에서 1대1 시선으로 카메라를 직접 가격하는 방식으로 촬영한 신이 있다.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스티로폼 보호대를 카메라에 씌우고 찍었는데 카메라에 울림을 주기 위해 세게 가격하다 보니 아프더라. 그때 팔꿈치를 다쳤는데 지금도 팔꿈치 뼈가 조각나서 안에서 왔다갔다 돌아다닌다. 나중에 가서 꺼내야한다.
 
-이번 영화에 안성기를 캐스팅하자고 직접 제안했다고 하는데.
 
▲프로덕션 쪽에 그 역할은 안성기 선배님이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얘기했었다. 보통 영화계 후배들은 배우 캐스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데 막연하게 하지 말고 정식적으로 이야기를 건네자고 했다. 배우들을 움직이는 건 결국 캐릭터다. 선배님이 캐릭터를 보고 매력을 느껴서 응해주셨다. 영화사 입장에선 큰 도움을 준 것처럼 느끼겠지만 나는 내 의견을 전한 것 뿐이다.
 
-극 초반엔 덥수룩한 수염과 느릿한 말투 때문에 어눌한 느낌을 주던 캐릭터가 나중에 복수심 때문에 딴 사람으로 변신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잘생긴 배우인데 극 초반에 일부러 못생겨 보이도록 변신을 했던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원래 시나리오에선 캐릭터의 극명한 차이를 주기 위해 극 초반엔 뚱뚱한 캐릭터로 묘사돼 있었다. 특수 분장을 하려고 했는데 특수 분장과 피부 사이의 접지면이 벌어지면서 스크린에서 그것이 보일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대답이 왔다. 그래서 수염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골격이 크니까 일부러 큰 사이즈의 옷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 배우들은 쾌감이 있다. 재밌고 새롭다. 못생겨 보이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액션신에서 상반신을 노출하기도 하는데 노출신을 위해 특별한 운동을 하진 않았나.
 
▲노출신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몸을 만들진 않았다. 그 신을 위해 유난스럽게 음식을 조절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전부터 운동은 계속 하고 있었다. 투박한 싸움꾼의 몸을 만들고 싶었다.
 
-배우 이시영과의 키스신도 인상적이었는데.
 
▲원래는 베드신이 있었지만 삭제됐다. 감독님의 선택이었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베드신이 필요없다는 판단이 든 것 같다. 사실 나는 완성된 영화를 보니 키스신도 필요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할 것 같은 분위기만 만들어주고 끝내는 게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배우 정우성. (사진=쇼박스)
 
-데뷔 20년째를 맞았다. 스스로가 느끼는 배우로서의 삶은 어떤가.
 
▲데뷔 때부터 행복했다. 놀이동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촬영장이 제일 행복하다.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고민은 다 즐겁다. 다만 촬영장에만 있으니까 세상과 섞일 시간이 자꾸 단절되는 건 있다. 예전엔 촬영을 하고 나서 다음 작품을 할 때까지 쉬는 기간이 있으니까 내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속해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질 못했다.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다. 20년이 되니까 뭔가 보이고, 알 것 같다.
 
-많은 남자 후배들이 정우성을 롤모델로 꼽는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건 감사하다. 하지만 선배로서 뭔가 조언을 해준다면 나는 누구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영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를 찾으려고 했다. 나를 좋아해주고 영향을 받는 건 좋은데 자기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매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배우라는 것이 집중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달라도 바로바로 이입이 되더라. 한동안 담배를 끊었다가 요즘 다시 담배를 피게 됐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극 중 캐릭터가 골초인데다가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데 금연초를 갖고 연기하는 것이 거슬리더라. 그래서 담배를 다시 피게 됐다.
 
-여름 휴가 계획은 없나. 여행을 간다면 누구와 함께 가겠나.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촬영을 잘 끝내고 <마담 뺑덕> 개봉도 시켜야 한다. 그게 끝나면 제주도라도 가고 싶다. 돌이켜 보면 작년에 개봉한 <감시자들> 때부터 계속 일을 했다. 글쎄, 누구와 함께 갈까. 이정재와 둘만 가는 것도 참 웃기겠다. 여자가 많은 데로 가야겠다.(웃음)
 
-신인 시절과 지금, 팬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인 땐 팬들이 나를 신선하게 보듯이 나는 팬이라는 것이 낯설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지금은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팬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경험이 생겼다. 나는 내 주변 사람에게 항상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정우성을 못 보고 이미지화시켜서 대하니까 서로를 알아가는데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린 것 같다. 여러 층의 팬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정우성을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요즘 초등학생 여자애들이 “오빠”라고 부르면서 “우리가 흥행시켜 줄게요”라고 그러기도 한다.(웃음)
 
-정우성은 많은 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정우성은 누구의 팬인가. 그리고 정우성의 인생에서 ‘신의 한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늘 영화의 팬이었고, 지금도 영화의 팬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저런 장면을 나는 더 멋지게 만들어봐야지”란 생각을 하면서 꿈꾼다. 그리고 나에게 신의 한수는 늘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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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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