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공룡 'P3' 무산..물동량 경쟁은 계속

현실도 미래도 '암울'..호황기 돌아아도 회복불능 '우려'

입력 : 2014-07-10 오후 2:39:2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중국의 제동으로 해운공룡 'P3 네트워크' 설립은 무산됐지만 글로벌 상위 선사 중심의 물동량 확보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조금씩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선복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앞서고 있는 데다, 선제적으로 초대형 선박을 확보한 글로벌 선사들이 비용을 낮추면서 컨테이너 운임 인상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8일 'P3 네트워크가 사실상의 합병으로 공익에 맞지 않는다'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 3월 미국에 이어 지난달 초 EU의 승인으로 중국에서도 무난하게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컨테이너 노선에 포함된 미국과 유럽이 승인을 한 데다, 중국 또한 미국 및 유럽과의 교역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승인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머스크, MSC, CMA-CGM 등 대형 해운 3사의 세계 해상 컨테이너 운송 물량 점유율이 37%에 달하고, 특히 아시아~유럽 노선 컨테이너 물동량의 경우 절반 정도(47%)를 장악하게 되는 만큼 자국 해운업계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판단해 거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예상치 못한 중국의 거부로 머스크는 P3 설립 중단을 공식 발표했고, 지난 2일에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던 기업결합심사 요청도 자진 철회했다. 이로써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정됐던 P3는 완전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컨테이너 성수기에 P3가 등장할 경우 운임 인상이 무산되거나 오히려 운임이 하락할까 노심초사했던 국내 해운업계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암울한 현실과 녹록치 못한 전망은 해운사들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P3 무산으로 잠시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글로벌 선사들의 물동량 싹쓸이 현상은 진행형이다.
 
머스크 등 글로벌 상위 선사들은 앞다퉈 초대형 선박을 주문하며 단위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반해 유동성 확보에 여념이 없는 국내 선사들의 경우 초대형 선박 발주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탓에 팔 수 있는 자산을 모조리 파는 터라 앞날을 대비한 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잔량 359만TEU 중에서 1만3000톤급 이상 초대형선박이 43% 차지했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한 물량으로,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까지 등장했다. 향후 2~3년 안에는 2만4000TEU급 선박이 등장할 것이 유력시된다.
 
초대형 선박은 한 번에 많은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 있어 단위비용 절감에도 유리하지만, 최신 기술이 적용돼 연비가 높고 각국의 환경규제를 만족시킨다는 점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근 선박 배기가스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신 기술이 적용된 선박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최근 중국의 거부로 해운공룡 ‘P3 네트워크’ 설립은 무산됐지만 글로벌 상위 선사 중심의 물동량 확보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뉴스토마토DB)
 
글로벌 선사들의 저비용 구조가 안착되면서 컨테이너 운임 인상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SCFI(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6% 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SCFI는 지난해 전년 대비 14%나 하락해 올해는 기저효과로 인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흘렀다.
 
반면 올 상반기 세계 컨테이너선 건조량은 81만3000TEU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일부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물동량 증가율보다 선복 증가율이 높은 수급 불균형의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선사들의 매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 항로의 경우 물동량 증가율보다 선복량 증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북미 항로의 물동량 수요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선복량은 연평균 5.4% 증가해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아시아~유럽 항로도 선복량 증가율이 연평균 5.9%에 달해 5.3%로 예상된 물동량 증가율을 앞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중소선사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 역내 항로의 경우에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역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연평균 6.6%로,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연평균 증가율(4.4%)보다 높아 대형 선사에 비해 업황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아시아 역내 해운 비중도 2008년 24.5%에서 2015년 28.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아시아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한진해운의 경우 2000년 4위에서 2005년 7위, 2010년 9위, 2014년 6월 기준 9위로 시장 지위가 떨어졌으며, 현대상선은 2000년 15위, 2005년 20위, 2010년 18위, 2014년 6월 기준 15위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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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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