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경제계가 우려를 표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의 협조 없이 우리만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뿐더러 '투자 위축'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23개 경제단체는 15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 발표를 통해 배출권거래제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재계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들조차 시행하지 않는 국가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옆에 공기청정기를 트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 상위국에는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8% 수준이다.
전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동향을 감안하자는 주장이다. 세계 주요국 역시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일본·러시아·캐나다 등은 일부 국가만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만 훼손된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다루는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하거나 탈퇴했다.
경제계는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맞춰 오는 2020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배출전망치(BAU) 산정에 대한 투명성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권 거래 비용이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기 때문에 명확한 산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것.
재계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내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최대 27조5000억원을 추가 부담할 수도 있어 생산·고용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당량의 근거가 되는 배출전망치 산정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배출권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전면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지표·에너지 설비 비중·산업구조 등을 두루 고려해 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배출전망치를 산정했으나, 2013년에 산정한 배출전망치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경제계는 "에너지 기본계획 등이 변했음에도 2009년 산정된 배출전망치를 유지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경제계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계는 이러한 배출전망치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면밀한 분석을 통한 배출전망치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전력·스팀 등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이중 규제라고 꼬집었다.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서도 해당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경제계는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문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경우 이중·삼중의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 세계가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고 있는 지금 규제를 강화할 때가 아니라 친환경 기술개발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할 때"라며 "신재생에너지·친환경차·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환경기술 개발 등의 지원을 통해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건의에는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석회석가공업협동조합,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유리공업협동조합,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제지연합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한국화섬협회, 대한방직협회, 대한석유협회 등의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