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3차 교섭이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피해자에 대한 보상위원회 설립을 제안했지만 반올림측은 위원회 설립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또 반올림이 권오현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를 재차 요구하면서 입장차이가 더 커지는 양상이다.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3차 교섭은 오후 2시경부터 총 다섯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이어졌다. 앞서 진행된 교섭 중 가장 길게 진행된 셈이지만 협상이 끝난 뒤
삼성전자(005930), 반올림 양측 협상단 모두 내용에 대해 크게 만족하지 못한 모양새였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삼성전자의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공식 사과했고 이인용 사장이 직접 반올림 앞에서 했고 수석대표가 3차례 사과를 했는데 부족하다면서 계속 사과를 요구했다"며 "사실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사과문제에 계속 매달리면 논의가 진전이 안된다. 사과를 피하려는 게 아니다. (반올림측이) 두 시간 반 동안 사과 문제로 추궁했다"고 말했다.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는 "정확히 어떤 점에 대해 미안한 것인지, 반성하는지, (앞으로) 잘하겠다는 것인지를 막연하게 지난 5월 부회장 사과처럼 '소홀히 한 점이 미안하다'고 하면 우리는 목적어가 필요한 것"이라며 "무엇이 소홀했는지, (노동자들이) 안전보호구를 지급 받지 않고 일 한 것들에 사과를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보상 범위에 대한 합의점도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삼성전자측은 반올림 협상단에 포함된 8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직접 교섭을 통해 보상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보상위원회를 통해 진행하자는 입장이지만 반올림측은 당초 산재 신청한 모든 피해자에 대한 일괄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백수현 전무는 "(산재를) 정상적으로 신청했는지, 납득되도록 신청했는지를 판단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원칙 제시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황상기씨는 "보상위원회 설립에 동의할 생각이 없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공유정옥 간사는 "삼성전자 측에서는 (산재 신청에 대해) 타당하고 납득 가능한 전문가를 초빙해서 보상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는데 여기는 법정도 아니고 근로복지공단도 아니다"라며 "회사가 의지를 가지고 나온 거니까 의지가 닿는 선에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1000명을 보상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산재 신청한 사람이 몇 명 안되고 근무했던 사실이 확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가 (보상)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고 퇴직자 산재 신청에 대한 문턱을 낮춰졌으면 좋겠다"며 "삼성전자는 산재신청자가 너무 많을 경우를 걱정하는 것 같은데 불필요한 것 같다. 겁먹지 말고 의지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