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임효정기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원뱅크'로의 조기통합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달 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조기통합 추진안은 한달 안에 각 이사회에서 결의됐다. 금융권에서는 조기 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하나금융 "조기통합 시너지 효과 1조원"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하나금융지주 본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날 하나·외환은행 이사회에 이어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금융환경의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하나·외환은행, 하나금융 이사회 모두 통합 추진을 결의한 만큼 조기통합은 급물살을 타게됐다. 통합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하나, 외환은행이 맡으면서 하나금융은 조율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는 연간 3121억원으로 분석됐다.
비용절감 시너지와 수익증대 시너지가 각각 연간 2692억원과 429억으로 5년간 연평균 3121억원의 시너지 시현이 가능해 3년 빨리 조기통합을 이뤄낸다면 약 1조원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IT투자 포트폴리오 통합 관리를 통한 중복투자 방지(799억원) ▲신용카드 부문의 프로세스 일원화에 따른 비용절감(674억원) ▲외화부문의 조달 비용 감소(607억원) ▲통합구매를 통한 비용절감 (612억원) 등의 시너지가 예상됐다.
수익증대 측면에서는 ▲하나은행의 프리이빗뱅킹(PB)업무, 외환은행의 외국환 경쟁력 등 상호 강점을 공유해 나타나는 시너지(225억원) ▲양행의 채널을 활용한 효율성 및 영업력 증대를 통해 증가되는 신용카드 수익(204억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기 통합을 추진하는 하나금융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킨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은행의 중복된 비용절감과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여 실적 부문에서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도 조기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체적으로 은행주들의 실적이 안 나오는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우 더 심하다"며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더디기 때문에 조기통합 필요성이 절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문제 등 합쳤을 때는 당장 눈에 보이는 절감효과가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통합은 대박'이라는 무한 긍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투뱅크 체제에 따른 비용문제가 아니더라도 은행권 업황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2008년 이래 최저치다. 이에 은행 순익도 반토막이 났다.
◇자산 확대 경쟁 우려..자칫 수익성 악화
하나금융에서는 KB·신한·농협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추락하고 있는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자산 규모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62조원과 106조원으로 국민은행(265조원) 등 3대 은행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자산 운용을 담보하지 않은 자산규모 증가는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의 실물경제와 대비해 자산 규모 확대가 과도할 경우 금융사들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은행 자산규모의 확대는 부실자산 증가 등으로 위험성을 높이고 수익성은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을 조기 통합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의 지난달 말 총자산은 14조6490억 루피아로 통합 전인 지난 2월보다 13% 늘었고, 올해 순익도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의 효가가 금융 인프라가 포화된 국내 시장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구 10만명 당 상업은행의 지점수가 9.6개, 자동입출금기기(ATM)수 36.5개로 한국의 18.4개, 282.5개와 비교하면 금융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조기통합 추진이 밀어붙이기 식이라는 평가도 있다. 화학적 통합을 우선시하지 않으면 통합 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국민은행 출신과 옛 주택은행 출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의 통합 당시 총자산 185조원으로 명실상부한 리딩뱅크 였으나, 하지만 제대로 융합되지 못하면서 사건사고에 지속적으로 연루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을 여러차례 경험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원뱅크 체제가 절실하다"면서도 "독립경영 보장 기간의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은행간 정서통합을 우선시하면 장기적으로 득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과 두 은행의 조기통합 추진은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노사정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